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의 직속상사,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박관천 경정을 구속한 검찰의 칼날이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을 겨냥하고 있다. 검찰이 공식적으로는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조만간 조응천 전 비서관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비서관을 두 번째로 소환할 경우 어떤 방식이건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검찰은 왜 조응천 전 비서관을 겨냥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조응천 전 비서관을 사법처리하는 수순으로 가는 건가?= 검찰은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지만 검찰수사는 그런 수순으로 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중요한 지점은 검찰이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 EG 회장을 두 번째로 소환했다는 것이다. 검찰이 현직 대통령의 동생을 소환하는데 아무런 이유 없이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박관천 경정을 구속한 뒤 조응천 전 비서관을 소환하기 전에 박지만 회장을 소환했다는 건 조응천 전 비서관에 대한 소환과 사법처리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 하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검찰수사에서 확인된 건 박지만 회장과 박관천 경정의 중간에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존재한다.
검찰은 박지만 회장을 정윤회씨의 미행설과 관련해 새로운 주장이 나와서 확인할 게 있어서 불렀다고 밝혔지만 이 문제 때문이었다면 서면조사로도 가능한 문제였을 것이다. 따라서 검찰이 박지만 회장을 두 번째로 소환했다는 건 확실한 사정변경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그 사정변경은 박관천 경정의 진술이 바뀌고 있을 것이라는 얘기고 따라서 조응천 전 비서관의 소환과 사법처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회장을 두 번째 소환했다는 건 뭔가 가닥이 잡혔다는 걸 의미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박지만 회장을 불렀다는 건 박관천 경정의 태도에 변화가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는 조응천 전 비서관의 사법처리 여부와 관련해 "재검토 작업이 끝나면 모를까 아직은 속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법처리 수순을 밟고 있다는 걸 시사하는 발언이다.
▶ 조응천 전 비서관은 언제쯤 소환되나?
정윤회 국정개입 문건의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의 직속상사,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검찰은 아직까지 조응천 전 비서관을 소환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서조차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소환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빠르면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검찰은 25일로 끝나는 박 경정의 1차 구속시한을 연장했다. 2차 구속시한은 해가 바뀐 다음달 4일이다.
검찰은 문건을 건네받은 세계일보 조 모 기자를 24일 세 번째로 소환해 25일 새벽까지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의 퍼즐 맞추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얘기다.
검찰은 이미 허위로 결론 내린 '박지만 미행보고서'나 '정윤회 문건' 작성 과정에서 조 전 비서관의 지시나 압력이 있었는지와 유출 사실을 알고도 이를 묵인하거나 방조했는지를 확인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이 조 전 비서관을 소환할 경우 단순 참고인이 아니라 피의자 신분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조응천 전 비서관도 곧 검찰의 소환이 있을 것으로 보고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박관천 경정이 "내 입은 지퍼"라고 했는데 그 지퍼가 열린 건가?
정윤회 문건의 작성자이자 유출자로 의심받고 있는 박관천 경정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 그렇게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박 경정은 구속되기 전 언론인터뷰에서 "내 입은 자꾸(지퍼)다. 그러니까 조 전 비서관이 그런 민감한 일들을 다 시켰지"라고 말했다. 그만큼 입이 무겁다는 걸 말한 것이다.
그런데 구속된 뒤에는 많은 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박 경정이 자칭 지퍼라고 하더니 실제로는 말이 많은 양반이더라"라고 말했다. 박 경정이 많은 말을 한다는 건 앞서 언급한 대로 사정변경이 있다는 걸 시사하는 것이다.
박 경정이 진술을 거부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한다면 검찰이 박 경정의 윗선이나 배후를 찾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말을 많이 한다는 건 수사에 협조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박 경정의 '지퍼'가 왜 열렸을까? 검찰주변에서는 '박 경정이 별건으로 검찰에 약점이 잡혔다"거나 '검찰이 박 경정의 비밀장부를 찾아냈다' 는 등의 말들이 나돈다.
이 때문에 박관천 경정이 사실이건 아니건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 유출에 조응천 전 비서관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연루됐다는 진술을 했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왜냐? 박 경정의 윗선이나 배후를 언급하는 건 곧바로 조응천 전 비서관을 지목하는 것이다. 따라서 박 경정이 뭔가 진술을 하고 있다면 조응천 전 비서관이 어떤 방식이건 '정윤회 문건'을 비롯한 유출된 청와대 문서를 빼돌리는 과정에 지시하거나 묵인 내지는 방조 또는 직접실행의 방식으로 연루됐다는 걸 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 검찰이 조응천 전 비서관을 직접 겨냥하는 이유는 뭐냐?
(자료사진)
= 크게 네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는 무엇보다도 박관천 경정과 이미 숨진 최 모 경위에게 모든 책임을 물어서 이번 사태를 마무리 한다는 게 모양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림을 그려도 박관천 경정의 1인극이라고 한다면 국민들이 믿지도 않기 때문이다.
검찰의 핵심관계자도 "박관천이 혼자 지어냈다니까 배후설이니 뭐니 하는 의혹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지록위마'로 정했다지만 검찰이 아무리 '박관천 1인극' 이라고 말해도 국민들은 그대로 믿지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박관천 경정이 실제로 그렇게 엉터리로 문건을 작성하는 자작극을 했다면 왜 그랬는지 그 목적이 나와야 한다. '정윤회 문건'을 박근혜 대통령이 '찌라시'라고 했고 검찰도 수사를 통해 사실이 아닌 지어낸 얘기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렇지만 박관천 경정이 왜 그랬느냐? 하는 목적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다.
또 박지만 회장에 대한 정윤회 미행설도 박 경정이 무슨 이유로 소설을 썼다는 것인지 그 또한 분명하지 않다. 검찰로서는 박 경정이 왜 그랬는지를 밝혀야 한다.
박 경정이 혼자 기획하고 연출하고 주연으로 출연해서 1인극을 한 건데 온 나라가 떠들썩했는데 결론이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다? 그렇게 믿기에는 너무도 허술하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청와대가 조응천 비서관을 7인회의 수괴로 만들어 검찰에 수사의뢰를 하고 민경욱 대변인이 공식발표까지 했는데 조응천은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발표하면 이번에는 청와대가 무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박관천 경정이 문건유출을 감추기 위해 검찰수사관과 경찰관을 지목한 동향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했다는 이유로 무고혐의를 적용했다. 박 경정이 검찰수사관이나 경찰관을 고소하거나 고발한 것도 아니고 수사의뢰한 것도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려 했다는 이유로 무고혐의를 적용한 것이다.
그렇다면 청와대가 감찰을 통해 조응천 전 비서관을 비롯한 7명이 문건의 작성 유출의 배후로 지목해 수사를 의뢰하고 대변인이 공식 브리핑까지 했는데 이를 없던 일로 돌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이유가 됐건 조응천 전 비서관을 엮어야 청와대가 곤혹스러워지지 않게 되고 검찰도 체면치레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네 번째는 청와대나 검찰 입장에서는 조응천 전 비서관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되었다. 그 뇌관을 그냥 두고 수사를 마무리한다면 뇌관이 언제 터질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특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폐지된 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 특수수사의 메카인데 여기서 '태산명동에 서일필'이라는 수사결과를 내놓는다면 그 또한 검찰로서는 수모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문제다.
이런 네 가지 이유를 보면 검찰이 왜 조응천 전 비서관을 직접 겨냥할 수밖에 없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어떻게 하건 조응천 전 비서관을 엮어야 검찰수사의 퍼즐이 맞춰지고 대미가 그려지는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는 "박관천 1인극이라고 하기에는 사건이 너무 컸다"면서 "그렇게 마무리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그렇다면 문건 내용에 대한 수사는 결국 안하는 거냐?
유출된 '정윤회 문건' (사진=YTN 영상 캡처)
= 검찰은 '박지만 미행보고서'나 '정윤회 문건'을 허위 문서로 결론을 내린 상태다. 따라서 문건내용에 대한 수사는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찰은 '정윤회 문건' 수사를 하면서 문의 내용이나 국정농단 보다는 문건 유출에 대해 주력해왔다.
그렇지만 검찰이 문건 내용을 외면하면 할수록 의혹을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청와대나 검찰이 '정윤회 문건'을 찌라시라고 하지만 그 문건에 나오는 국정농단의 실체는 시차적인 차이가 있었지만 사실로 드러났고 또 비선실세들의 국정농단 의혹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또 박관천 경정과 조응천 전 비서관이 유출된 문건의 회수를 위해 노력했지만 청와대가 이를 방치했다는 직무유기 의혹에 대해서도 별다른 수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NEWS:right}
물론 검찰 내부의 지적대로 '국정농단 의혹'이 검찰의 수사대상인지 의문이긴 하다.
어찌됐건 검찰이 정윤회 문건 파동을 박관천 기획 박관천 연출 박관천 주연의 한판 쇼라고 한다면 검찰에 국민의 신뢰는 바닥을 뚫고 지하로 떨어질 것이다.
한국일보가 "'국정개입 문건' 모두 박 경정의 작품" 검찰 조사 믿나요? 라는 뉴스 폴을 실시했는데 24일까지 1153명이 참여자 중 믿는다는 응답은 15%인 174명인데 비해 믿지 못하겠다는 응답은 85%인 979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