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철 (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만약 전반전이 0-0으로 끝났다면 한국과 오만 모두 미소를 지어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가 있었을 것이다. 오만의 폴 르 갱 감독은 만족의 미소를, 울리 슈틸리케 한국 감독을 쓴 웃음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오만은 10일 오후 호주 캔버라의 캔버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호주 아시안컵 A조 1차전에서 수비수를 늘려 수비에 중점을 두는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한국전도 평소와 똑같이 할 것"이라는 르 갱 감독의 말은 '페이크(fake)'였다.
언제나 변수가 많은 첫 경기, 전력상 열세 등 여러가지 변수를 감안해 비겨도 좋다는 전략을 들고 나온 것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무엇보다 볼 점유율을 중요하게 여긴다. 대회 개막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경기 전략은 볼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전반전 볼 점유율을 68%였다. 반코트 경기나 다름 없었다.
높은 볼 점유율을 돋보이게 만드는 것은 역시 골이다. 그러나 45분의 정규시간이 흐르는 동안 골이 터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초조해지는 팀은 오만보다는 한국이었다. 어떻게든 흐름을 바꿔야 했다.
전반전 추가시간에 터진 조영철의 골이 값진 이유다. 선제골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조영철은 역습 상황에서 구자철이 때린 슈팅이 오만 골키퍼를 맞고 튀어나오자 몸을 날려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리고 A매치 출전 11경기 만에 데뷔골의 감격을 맛봤다.
오만에게는 충격적인 골이었다. 한국의 파상공세를 막아낸 전반전의 경기 운영이 빛을 발하기 직전 빛을 잃었기 때문이다. 만약 0의 균형이 계속 이어졌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한국 수비진의 빈 틈은 더 넓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후반전 들어 라인을 끌어올려야 하는 입장은 한국이 아닌 오만이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69위의 한국이 93위의 오만에 승리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이날 경기 전까지 상대 전적에서도 3승1패로 앞서 있었다. 그러나 축구 팬들은 2003년 아시안컵 예선에서 당했던 '오만 쇼크'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원정 1-3 완패를 말이다. 그래서 방심할 수 없었다.
{RELNEWS:right}오만의 플랜은 절반의 성공을 거두기 직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을 좇은 조영철의 의지 앞에 무너졌다. 1-0 승리. 이로써 한국 축구는 '오만 쇼크'에서 자유로워졌다. 오히려 놀란 것은 오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