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어린이집에 아이 보내지 마세요. 당장 아이 맡길 데 없는 직장맘님, 잠시나마 저희 집에서 돌봐 드리겠습니다."
학대사건으로 문제가 된 인천 송도의 해당 어린이집이 문을 닫게 되자 이웃 엄마들이 "아이들을 봐 주겠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이 어린이집은 어린이 학대 사실이 연합뉴스의 첫 보도로 알려진 후 지난 14일부터 운영이 중단됐다.
행정처분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들이 "이런 곳에는 단 하루도 더 아이를 보낼 수 없다"며 아이들을 보내지 않아 사실상 폐쇄됐다.
이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내는 맞벌이 부부는 어쩔 수 없이 고충을 겪게 됐다.
갑자기 아이를 맡길 곳이 마땅치 않게 된 맞벌이 가정은 급한 대로 하루 이틀 휴가를 내거나 친정이나 친척을 수소문하며 아이 맡길 곳을 찾느라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런 고충이 전해지자 이웃 엄마들이 적극 행동에 나섰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엄마들의 인터넷카페에는 문제의 어린이집에 다니던 아이를 봐 주겠다는 글들이 이어졌다.
이웃 엄마들은 자기가 사는 아파트 이름과 집에서 돌보는 자녀의 나이를 공개하며 아이를 맡겨 주면 성심껏 돌보겠다고 자청했다.
한 엄마는 "직장맘인데 아기 낳고 3월까지 쉬고 있어요. 24개월 이상 3명까지 돌볼 수 있습니다. 침통한 마음 함께 합니다"라고 글을 남겼다.
다른 엄마는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픽업도 가능해요. 가족 모두 아이들 참 좋아합니다. 아무쪼록 우리 아이들에게 큰 상처 되지 않길 바랍니다"라며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또 다른 엄마도 "△△아파트에서 10개월, 30개월 아이와 함께 지내고 있습니다. 직장맘님들 망설이지 마시고 채팅이나 쪽지 주세요"라고 동참했다.
아무런 잘못 없이 어른의 무자비한 폭력에 상처 입은 아이는 남의 아이가 아니라 우리의 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직장 여성과 전업 주부 간에 흔히 볼 수 있는 미묘한 신경전도 사라진 지 오래다.
이웃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엄마들의 마음에 많은 학부모는 "가슴이 미어지는 사건이 발생했지만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다"며 '품앗이 보육 릴레이'를 반겼다.
한편 인천시는 갑작스러운 어린이집 폐원에 따른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학부모가 인근 어린이집으로 자녀의 전원을 원할 경우 모두 수용하는 방침을 정해 주부들을 거들었다.
시의 한 관계자는 "인근 어린이집들의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정원에 여유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송도에는 아파트 단지마다 거의 어린이집이 있기 때문에 분산 수용하면 학부모들의 고충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