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이 허용되면 한 팀에서 뛰었던 다른 국적의 선수들이 적이 되어 만날 수도 있다. 다만 최고의 선수들이 출전한다는 원칙 하에서다. 사진은 LA 다저스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한국)과 애드리안 곤잘레스(멕시코), 야시엘 푸이그(쿠바), 클레이튼 커쇼(미국)의 모습.(자료사진=임종률 기자, 다저스 홈페이지)
국제 아마추어 야구계가 올림픽 부활을 위해 미국 메이저리그(MLB)에 손을 내민다. 2020년 도쿄 대회 정식 종목 재채택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서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22일자에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히카르도 프라카리 회장이 21일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음 달 MLB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WBSC는 나란히 올림픽 퇴출의 아픔 속에 권토중래를 노리는 국제야구연맹(IBAF)과 국제소프트볼연맹(ISF)이 통합한 단체다.
12년 만에 야구의 올림픽 복귀에 더 힘을 싣기 위함이다. 세계 최고 무대인 MLB의 정상급 선수들이 출전하면 흥행에 큰 도움이 돼 야구의 올림픽 부활에도 큰 힘이 된다. 이와 관련해 프라카리 회장은 "(MLB와) 구체적인 일을 얘기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이 된 야구는 2008년 베이징 대회를 끝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졌다. 야구를 즐기는 국가가 한정돼 '그들만의 잔치'라는 지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MLB 스타들의 부재가 컸다.
가뜩이나 소수 국가들만 참가하는 상황에서 인지도가 높은 MLB 선수들까지 없어 흥미가 떨어진 게 원인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지속적으로 MLB 측에 선수 차출을 요구했으나 MLB는 수천만 달러 연봉 선수들을 보낼 수 없다고 버티면서 야구가 퇴출됐다.
'이 모습 또 보고 싶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이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정식 종목 복귀를 위해 다음 달 미국 메이저리그와 만나 구체적인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진은 야구의 마지막 올림픽인 2008 베이징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우승을 차지한 뒤 시상대 위에 올라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
하지만 야구가 국기(國技)나 다름없는 일본이 2020년 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IOC는 토마스 바흐 위원장의 주도로 이뤄진 개혁안 '올림픽 어젠다 2020'을 승인했다. 개최 도시에 추가 종목을 제안할 권리를 주자는 골자다.
일본은 이미 야구의 올림픽 부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금메달을 위해 벌써부터 대표팀인 '사무라이 재팬'을 의욕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프라카리 회장의 이번 방일도 올림픽 부활에 대해 긴밀하게 공조하자는 의도다. 이런 가운데 MLB까지 협조한다면 야구의 올림픽 복귀에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주로 8월에 열리는 올림픽 기간은 MLB가 한창 시즌을 치르는 중이라 구단들이 선수 차출에 응할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WBSC는 최근 야구 월드컵을 폐지하는 대신 세계 12강이 나서는 '프리미어12'를 올해부터 4년마다 치르기로 발표했다. 2013년 3회째를 치른 MLB 주관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하기 위한 대회 성격이 짙다.
다만 WBSC는 WBC와 중복을 피하기 위해 올해부터 4년 제로 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WBSC로서는 이런 껄끄러운 관계를 떠나 12년 만에 야구의 올림픽 복귀라는 대명제를 강조해야 할 상황이다.
WBSC는 야구의 올림픽 부활을 위해 7회 제도 도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프라카리 회장은 "젊은 세대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경기 단축은 큰 주제로 (7회 제도는) 아이디어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9회까지 열리는 야구는 최소한 3시간 정도 진행돼 90분, 최대 120분 경기가 치러는 축구에 비해 길어 상대적으로 다소 지루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