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 취재진은 한국 선수단을 대표해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손흥민에게 "우즈베키스탄 선수 가운데 누구를 알고 있느냐?"고 질문했습니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1960년 대회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장도에 올랐습니다. 이들과 함께 호주를 누비는 동안 미처 기사에 싣지 못한 소소한 이야기를 [슈틸리케호의 깨알 같은 이야기, 오해원의 깨톡(TALK)]을 통해 전달하겠습니다.
많은 스포츠 팬들은 ‘Do you know(두 유 노우)~?”로 시작하는 질문을 상당히 싫어합니다. 단순히 이는 스포츠 팬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동안 외국의 유명 스포츠스타나 연예인은 물론, 정치인과 만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런 류의 질문이 빠지지 않았고, 이런 행동 자체를 상당히 창피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 반감이 커졌습니다.
“두 유 노우~” 시리즈라고 대표되는 이런 질문은 전 세계에 한국을 널리 알린 대상이 주된 주제입니다. 스포츠에서는 박지성이나 김연아가 대표적이며, 대상을 더욱 넓히면 싸이와 강남스타일 혹은 김치 등 한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나 사물, 행위 등까지 범위가 늘어나게 됩니다.
2015 호주 아시안컵이 한창 진행되는 지난 21일(한국시각) 멜버른의 렉탱귤러 스타디움에서도 어김없이 “두 유 노우~” 시리즈가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 취재진이 아닌 우즈베키스탄 취재진이 주인공이었습니다.
1960년 이후 55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는 우리 대표팀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과 공격수 손흥민(레버쿠젠)이 선수단을 대표해 공식 기자회견에 나섰습니다. 손흥민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우리 대표팀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라는 점에서 이날 기자회견을 찾은 우즈베키스탄 취재진도 자연스럽게 질문을 했습니다.
기자회견 진행요원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한 우즈베키스탄 기자는 손흥민에게 “우즈베키스탄의 선수 가운데 누구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전형적인 “두 유 노우~” 시리즈의 질문이었습니다.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 2015 호주 아시안컵 8강을 앞두고 이제 막 반환점을 돌았다는 표현으로 55년 만의 우승 도전에 강한 의지를 선보였다.(자료사진=대한축구협회)
하지만 워낙 민감한 질문인 만큼 손흥민이 선뜻 답을 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슈틸리케 감독이 재치를 발휘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을 하기 전 우리 팀이 미팅할 때 손흥민이 졸지 않았다면 상대 선수를 다 알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질문했던 우즈베키스탄 기자는 슈틸리케 감독의 답에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습니다. 이어 손흥민도 “감독님 말씀대로 전력분석을 많이 했다. 어느 포지션에 누가 뛰는지 이미 다 파악했다”고 말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의 답에 우즈베키스탄 취재진은 크게 만족스럽지 않은 듯 웃음만 지었습니다. 과연 그들이 원했던 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우즈베키스탄 취재진은 분명 손흥민의 입에서 특정 선수의 이름이 나오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한국 프로축구를 경험한 세르베르 제파로프(성남FC)나 티무르 카파제(로코모티브 타슈켄트) 같은 베테랑 선수의 이름이거나 반대로 미르잘랄 카시모프 감독이 진행 중인 대표팀 세대교체를 통해 새롭게 발탁된 선수의 이름을 기대했을 것입니다.
누가 됐건 손흥민의 입에서 거론되는 선수가 곧 우즈베키스탄의 에이스라는 의미가 되는 만큼 상대의 속내를 어느 정도 파악하기 위한 ‘미끼’와도 같은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과 손흥민은 영리하게 빠져나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