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환아, 절대 포기하지 마라' 수영 스타 박태환(왼쪽)이 금지약물 투약으로 선수 생명에 최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지난해 도핑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았다가 감경된 배드민턴 이용대(오른쪽)의 사례가 주목받고 있다.(자료사진=박종민, 윤성호 기자)
금지약물 투약으로 위기에 빠진 수영 스타 박태환(26 · 인천시청). 과연 배드민턴 간판 이용대(27 · 삼성전기)처럼 기적이 일어날 수 있을까.
박태환의 소속사인 팀GMP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7월 한 병원에서 맞은 주사제에 금지약물이 포함돼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금지약물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에 해당 병원을 지난 22일 검찰에 상해와 공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고소한 상황이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여부를 떠나 박태환은 선수 자격 정지 징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주사에 포함된 테스토스테론은 최소 2년에서 4년까지 자격 정지 징계를 받는 WADA가 정한 최상위 금지약물이다.
육상 스타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이 2006년 이 스테로이드계 약물 양성 반응을 보여 4년 출장 정지 중징계를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박태환 역시 과실 여부를 떠나 양성 반응을 보인 만큼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관계자는 "의료진 과실 등은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면서 "징계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징계를 받으면 박태환의 선수 생명이 허무하게 끝날 수도 있다. 2년 징계만 받는다 해도 당장 올해 7월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이 무산된다. 내년 올림픽에서 화려한 부활과 마무리를 바랐던 박태환의 꿈도 물거품이 된다.
과연 해법은 없는 것일까. 최대한 징계를 줄여 올림픽 도전을 이룰 방법이 있을까. 이용대의 사례에서 해결책을 찾을 만하다.
▲이용대, 1년 징계→6개월로 경감이용대도 금지약물 관련 징계를 받은 적이 있다. 지난해 1월 이용대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의 도핑 검사 규정 위반으로 김기정과 함께 1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뒀던 이용대로서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다행히 발표 3개월 만에 징계가 풀렸다. 이용대는 아시안게임에 나서 단체전 금메달과 남자 복식 은메달을 따내며 제 역할을 해냈다.
이용대(가운데)가 지난해 5월 금지약물 규정 위반으로 받은 징계가 풀려 국가대표에 복귀한 뒤 기자회견에서 신계륜 대한배드민턴협회장(왼쪽), 김기정과 함께 소회를 밝히는 모습.(자료사진=윤성호 기자)
물론 박태환과 상황은 다르다. 이용대는 도핑 검사에 소재지 보고에 응하지 않은 행정적인 실수였다. 실제 금지약물 투약과는 관계가 없었다. 징계 기간이 단축될 수 있었던 큰 이유였다.
그러나 이용대의 징계 경감은 사후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생생한 사례다. 박태환도 대응 여부에 따라 충분히 징계를 감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 수 있다.
만약 박태환이 마지노선인 2년 징계를 받는다 하더라도 의료 과실을 강조해 1년으로 감경받는다면 올림픽 출전이 가능해진다. 대한수영연맹 정일청 전무는 " 다음 달 27일 국제수영연맹(FINA) 반도핑위원회 청문회에서 최대한 감경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태환은 다른 경우…그러나 빠른 대처 중요"
이용대 감경을 주도했던 대한배드민턴 협회 김중수 전무는 "당시 징계 이후 협회는 즉각 전담팀을 꾸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포츠중재재판소(CAS) 항소와 BWF 원심 처분 설득을 위해 신계륜 협회장이 직접 나서 굴지의 법무법인 김앤장으로부터 자문을 구했다"고 돌아봤다.
당시 이용대의 감경을 맡았던 변호사는 제프리 존스. 런던올림픽 축구 일본과 3, 4위 결정전에서 독도 세리머니로 동메달 박탈 위기에 놓인 박종우를 구했던 그 변호사다. 김 전무는 "여기에 이용대의 소속팀인 삼성전기 법무팀도 힘을 보탰다"고 덧붙였다.
'다시 일어서라, 박태환' 한국 수영 간판 박태환은 이번 금지약물 적발로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기회는 물론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 메달까지 박탈 당할 위기에 놓였다. 사진은 아시안게임 혼계영 400m에서 동메달에 힘을 보태고 시상대에 오른 모습.(자료사진=황진환 기자)
박태환 역시 이 분야에 정통한 변호인단을 꾸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 전무는 "사실 박태환과 이용대는 금지약물 투약 유무에서 상황이 다르다"면서도 "하지만 신속하고 적극적인 대처로 많은 힘을 얻은 것도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수영연맹도 이를 인지하고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정일청 전무는 "11월 초부터 계속 팀GMP 측과 변호사 선임 과정 등 모든 부분을 협조하고 있다"면서 "국내 변호사 선임은 이미 됐고 2월27일 청문회에 맞춰 현지 변호사도 선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팀GMP 쪽에서 주도하는데 거의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청문회 때는 연맹 회장부터 다수가 동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팀GMP 관계자는 "일단 법률대리인이 사건을 맡고 있다"면서 "그러나 검찰이 나선 만큼 수사가 마무리된 뒤 향후 대응에 대해 입장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