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과거 차범근이 달성한 한국 선수의 유럽 무대 최다골 기록에 불과 5골만을 남겼다. (자료사진=LG전자)
비록 팀은 패했지만 손흥민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오히려 대기록에 한발 더 다가선 만큼 당당했다.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각)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 아레나에서 열린 볼프스부르크와 2014~2015 독일 분데스리가 21라운드에 선발 출전해 후반에만 3골을 몰아치며 시즌 첫 해트트릭을 작성했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의 소속팀 레버쿠젠은 전반에만 3골을 내주며 일찌감치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후반 시작과 함께 3장의 교체카드를 모두 공격적으로 활용하며 손흥민에게 더 많은 공격 기회가 주어졌다. 레버쿠젠의 로저 슈미트 감독은 양쪽 측면의 손흥민과 카림 벨레라비에게 공격을 진두지휘하도록 했다.
손흥민은 감독의 신뢰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0-3으로 뒤진 후반 12분의 만회골을 시작으로 17분과 22분에 차례로 볼프스부르크의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첫 번째 해트트릭이자 자신의 리그 6, 7, 8호 골이다.
순식간에 2-3까지 추격한 레버쿠젠은 후반 18분에 볼프스부르크 공격수 바스 도스트에 먼저 해트트릭을 허용했다. 하지만 손흥민의 미친 골 감각은 후반 22분 해트트릭으로 마무리됐다.
비록 이 경기에서 레버쿠젠은 4-5로 패했지만 손흥민의 해트트릭은 볼프스부르크의 골잡이 도스트의 4골만큼 순도 높은 결과물이었다. 도스트는 네덜란드 선수로는 분데스리가에서 처음으로 한 경기 4골을 넣은 선수가 되는 대기록을 남겼다.
네덜란드의 유명 스포츠 통계 업체 ‘인포스트라다’에 따르면 독일 분데스리가 경기 도중 끌려가는 팀에서 해트트릭이 나온 것이 무려 1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가장 최근의 같은 상황은 뉘른부르크에서 활약했던 슬로바키아 출신 미드필더 마렉 민탈이 2004~2005시즌 함부르크와 3라운드에서 팀이 선제골을 내주고 끌려가는 상황에서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당시 경기 역시 뉘른부르크가 3-4로 패했다.
손흥민의 해트트릭이 더욱 의미가 큰 이유는 한국 축구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분명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