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와의 집'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사진=통일부 제공)
"남북이 실천 가능한 사업부터 행동으로 옮겨서 서로의 장단점을 융합해 나가는 시작을 해 나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서 서로에게 도움을 줄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해 가야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행사에서 남북 간 협력사업을 제안했다. 이후 정부 각 부처는 남북 협력사업으로 무엇이 좋을지 찾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이다. 하지만 서둘러 단추를 꿰려다 보니 시작부터 어설프기 짝이 없다.
통일 한반도의 미래가 걸린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데 배정된 예산은 달랑 1억5천만 원이 전부다. 전담 조직과 인력도 없다.
결국 올해 말에 나오게 될 1단계 마스터플랜은 내용이 없고 생색내기용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 착수통일부와 국토부가 주도하는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은 지난 1월부터 시작됐다. 여기에는 제주에서 백두까지 한반도 모든 지역이 대상이다.
통일 한반도 시대에 남과 북을 연결하는 도로와 철도, 항만, 에너지 등 사회간접자본(SOC)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고 건설할지 청사진을 그리는 작업이다.
통일부가 전체 그림의 구도를 잡고 국토부와 산업부, 환경부 등 각 부처가 기본계획을 마련하는 이원화 체계로 진행되고 있다.
먼저, 1단계 사업기간인 올해는 통일에 따른 변화와 미래상 등 기본적인 시나리오를 마련하고, 내년에는 2단계 사업으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수립하겠다는 방침이다.
◇ 하천 공동관리 사업…북한 협력 없는 '깜깜이 계획'국토부는 먼저, 박 대통령이 언급한 하천 공동관리 사업과 관련해 남북지역에 걸쳐 흐르는 임진강과 북한강의 관리계획을 마련 중이다.
필요한 자료는 인공위성과 국제학술 단체 등이 제공하는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 측과 협의 없이 진행되는 하천 공동관리 계획은 말 그대로 깜깜이에 불과하다.
남북 간 수자원 관련 대화는 개성공단 사업을 계기로 지난 2001년 설치됐던 '임진강 수해방지 실무협의회'가 2009년 9월 홍수사고 이후 중단되면서, 5년 넘게 단절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오는 4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물포럼'에 북한 관계자들을 초청해 대화의 물꼬를 트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다음달 초 북한에 초청장을 발송할 예정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40여일밖에 남지 않아 촉박한데다 북한 측이 초청에 응할지 도 의문이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국토부 관계자는 "하천 공동관리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선 북한과 교류협력이 중요한데 세계물포럼이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현재로선 손에 잡히는 하천 공동관리 사업이 없는 게 사실이다"고 말했다.
◇ 남북 도로 연결사업…"정확한 명칭은 남 SOC 사업"
북한철도 보수 모습(사진=노동신문)
국토부가 담당하는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의 또 다른 중요사업 가운데 하나가 남북간 도로와 철도 연결사업이다.
이를 위해, 올해 말까지 경원선과 동해선, 금강산선 등 남북 철도 우리 측 미 연결 구간에 대한 사전 타당성 조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또, 고속도로는 문산~남방한계선 구간 7.8km와 국도 양구~남방한계선 구간 10.5km에 대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마치고 설계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북한이 참여하지 않고 있어 통일시대에 대비한 남북 간 연결도로로서의 기능에 한계가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강동원 의원(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은 "국토부가 남북 SOC 연결사업이라고 주장하지만 사실은 우리 남한의 단독 SOC 사업에 불과하다"며 "무늬만 통일대비 사업"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 마스터플랜 사업비 1억5천만 원…국토부, '탁상 그림' 될라 전전긍긍
더 큰 문제는 '한반도 국토개발 마스터플랜'을 통합 관리하기 위한 용역비와 업무추진비 등 예산이 1억5천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이마저도 국토부 1억원, 통일부 5천만 원으로 쪼개져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통일준비위원회가 마스터플랜을 지시한 시점에는 이미 올해 예산이 짜져있었기 때문에 추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투리 예산을 긁어모아 그나마 1억 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통준위가 구성되자마자 서둘러 통일 대비 마스터플랜을 세우다 보니 제대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어설프게 시작했다는 얘기다.
더구나 이 업무를 총괄하는 통일부와 국토부 조차도 전담 인력과 조직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수박을 그리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물감이 없어 좁쌀 정도만 그릴 수 있게 된 상황이다.
서보혁 교수(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는 "통일대비 마스터플랜은 대단히 중요한 만큼 남북간에 충분한 협의가 필요한데 관련 예산과 인력이 확보되지 않아 한계가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과시성, 전시성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