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식 감독 (사진=황진환 기자)
신연식 감독이 창작자들을 좌절에 빠뜨리는 약육강식의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날을 세웠다.
지난달 26일 개봉한 영화 '조류인간'(제작·배급 ㈜루스이소니도스)을 연출한 신 감독은 최근 CBS노컷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좋게 말하면 한국 영화산업이 산업화·계열화되면서 자본이 창작자들을 예측가능한 범위 안에서 컨트롤하고 있다"며 "이러한 간섭 탓에 창작자들은 좌절에 빠져 있다. 창작자들이 작업에 있어서 연대함으로써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상업영화 제작·배급 환경의 부조리가 상식을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신 감독은 "최근 멀티플렉스의 예술영화전용관 위주로 상영관을 늘린 상업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경우 대기업의 횡포에 두드려 맞았다는 사람이 뒷골목에서 작은 영화들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에서 영화 하는 사람들 가운데 '나 벌만큼 벌었으니 이제 상영관에서 내리겠다'는 사람이 누가 있나. 그런 사람들이 대기업 투자·배급사와 함께 작업해 1000만 영화로 대박 치기를 꿈꾼다"고 꼬집었다.
이어 "한국 영화계는 '그럼 이익을 여기까지만 내고 함께 살 수 있는 기준을 찾자"는 사회적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채, 상영관을 많이 잡아 자기 영화를 오래 트는 데만 급급해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3년째 표준근로계약서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는 신 감독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단체협상을 벌여 왔는데 결렬 상태"라며 "현행 감독 계약서를 변호사들에게 보여 주면 기겁을 할 만큼 영화 감독이 노동자인지, 창작자인지에 대한 규정조차 안 돼 있다"고 전했다.
이로 인해 소위 힘 있는 감독은 자기 이익을 취할 때는 창작자로서, 권익을 보호받을 때는 노동자로서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한편, 계약서에 감독의 업무 범위·기간도 명시돼 있지 않아 제작자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독점적 계약이 이뤄진다는 것이 신 감독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