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왼쪽)과 문경은 SK 감독.(고양=KBL)
'2014-2015 KCC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서울 SK의 시즌 최종전이 열린 5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 정규리그 2, 3위와 4, 5위가 갈릴 중요한 일전이었다.
홈팀 오리온스는 4위, SK는 2위를 노리고 있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모두 이날 경기를 이겨야 바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오리온스는 4·5위의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1, 2차전을 홈에서 치르는 이점이, SK는 4강 PO 직행 티켓이 걸렸다.
다만 오리온스의 확률이 더 높았다. 오리온스는 이기면 공동 4위 창원 LG-전주 KCC전 결과에 관계없이 4위를 확정짓지만 SK는 이기고 난 뒤 공동 2위 원주 동부-서울 삼성전 결과를 봐야 했다.
10위 삼성이 동부를 잡아줘야 하는 조건이 붙었다. 삼성은 올 시즌 동부에 5전패 중으로 SK로서는 그야말로 실낱같은 희망이었다. 그러나 오리온스도 SK에 지고 LG가 이기면 5위가 되는 상황이었다. 절박함은 오리온스가 더 강할 법했다.
그래선지 경기 전 두 팀 사령탑의 표정도 사뭇 달랐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자못 비장했고, 문경은 SK 감독은 상대적으로 홀가분한 얼굴이었다. 추 감독은 "홈 이점을 반드시 얻기 위해선 꼭 4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감독은 "삼성도 오늘 홈 최종전이라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순위보다 PO 대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한 모비스도 끝까지 주전들이 뛰는데 우리가 PO 대비해서 선수들을 바꿀 수는 없다면서 "또 LG에도 오해를 줄 수 있고 우리도 PO를 위해 분위기를 올려야 한다"면서 필승을 다짐했다.
두 팀의 승부는 시종일관 접전이 이어졌다. 오리온스의 부담감이 더 컸기 때문일까. 출발이 좋지 않았다. 16-21로 뒤진 채 1쿼터를 마쳤다. 하지만 2쿼터부터 힘을 냈다. 리오 라이온스가 10점을 집중시키며 36-34로 뒤집었다.
3쿼터는 또 SK가 60-55로 역전을 만들었다. 잠실 경기에서 삼성이 전반 동부와 40-42, 접전을 벌인 상황이었다. SK로서는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가질 법했다.
하지만 4쿼터 양상이 또 바뀌었다. 오리온스가 반격에 나섰다. 라이온스의 3점 플레이를 시작으로 허일영의 잇딴 3점포를 앞세워 추격했다. 종료 3분 8초 전 라이온스가 또 다시 3점 플레이를 펼치며 70-71, 1점 차까지 압박했고, 2분 10초 전 김동욱의 3점포로 73-73 동점을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잠실 경기는 이미 3쿼터에 사실상 승부가 갈린 상황. 동부가 67-57 10점 차로 앞서 나갔다. 고양 경기 종료 3분여 전 동부는 이미 88-70 대승을 거둬 2위를 확정했다. SK로서는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SK는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애런 헤인즈가 76-76으로 맞선 종료 1분 22초 전 자유투 2개를 모두 놓쳤지만 허일영에게 미들슛을 내준 이후 곧바로 동점 레이업을 성공시켰다. 이후 종료 3.3초 전 박상오가 레이업슛으로 80-78로 승부를 뒤집었다.
오리온스도 끈질겼다. 종료 0.6초를 남기고 라이온스가 3점슛을 시도하다 파울을 얻어냈고 비디오 판독 끝에 자유투 3개가 주어졌다. 라이온스는 첫 구를 실패했으나 나머지 2개를 넣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다. 그 사이 창원에서는 LG가 KCC를 누른 상황. 오리온스로서는 승리가 절실했다.
연장에서도 접전이 이어졌다. 오리온스는 베테랑 김동욱이 몸을 날려 공을 따내는 등 허슬플레이를 펼쳤다. 그러나 끝까지 자세를 풀지 않은 SK를 넘지 못했다. 90-88, SK의 승리.
막판 트로이 길렌워터의 레이업슛이 빗나간 오리온스는 5위가 확정돼 홈 이점을 잃었다. 정규리그 최종일을 후끈 달궜던 두 팀의 명승부였다. LG가 어부지리로 4위를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