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이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본사 등지를 압수수색한 11일 오후 합수단 관계자들이 서울 성북구 돈암동 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본사에서 압수한 금고를 옮기고 있다. 박종민기자
공군의 전자전 장비(EWTS) 가격을 부풀려 수백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과 예비역 준장이 검찰에 전격 체포되면서 방산비리 수사에 가속이 붙고 있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1일 오전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이 회장을 자택에서 체포했다.
합수단은 동시에 서울 성북구 삼선동 소재 일광공영 본사 건물과 이 회장의 자택 등 10여곳에 검사2명과 수사관 50여명을 급파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 회장은 지난 2009년 공군 전자전 장비 입찰과정에 터키 방산업체인 하벨산사의 대리인으로 방위사업청과 교섭을 하던 중 장비가격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거액의 정부 예산을 가로채 리베이트 등으로 사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EWTS는 요격기와 지대공 유도탄, 대공포 등 적의 공중 위협으로부터 조종사의 생존능력을 높이기 위한 전자방해 훈련장비로 사업규모만 1365억원에 이른다.
합수단은 이 회장이 장비를 팔아넘겨 챙긴 부당이익만 수백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합수단은 또 이 회장이 가격을 부풀리는 과정을 도와준 혐의로 예비역 준장 권모씨를 체포했다.
권씨는 전역한 뒤인 지난 2007년부터 2009년까지 SK C&C에서 대외협력 상무로 활동하면서 이 회장의 가격 부풀리기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500억원대의 훈련시스템 구축사업에 참여한 SK C&C가 일광공영의 자회사인 일광하이테크에 재하청을 주는 과정에 권씨가 이 회장과 함께 사업비를 부풀렸다는 것이다.
부풀려진 사업비는 약 200억원으로 일진하이테크에는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권씨는 지난해에는 이 회장의 일광공영에 고문으로 영입돼 재직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주로 외국 방산업체의 국내 대리인 역할을 하며 수익을 올려온 이 회장은 방산비리 척결을 위해 합동수사단이 꾸려질 초기 부터 수많은 방산 비리 의혹과 연루된 '큰손'으로 요주의 관심대상이었다.
이번에 합수단에 덜미가 잡힌 공군 전자전 장비 입찰 사업뿐만 아니라 지난해 말 400억원 규모의 군단급 무인정찰기 도입 사업에서는 방위사업청장에게 보낸 투서에 군기밀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 방사청이 군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을 일광공영 계열사인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 대표로 앉히는 등 주요 군관계자들에 대한 로비의혹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합수단은 그동안 언론의 수많은 의혹제기에도 불구하고 '관련 정보를 훑어보고 있다'며 이 회장과 일광그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착수에 극도로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 회장과 권씨의 신병을 동시에 확보함에 따라 이규태 회장과 일광그룹을 둘러싼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는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합수단은 이들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12일 오후쯤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또 공군 전자전 장비 입찰 사업 외에 이 회장에 대해 제기된 여러 다른 비리 의혹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이 회장은 옛 소련에 제공한 차관 일부를 무기로 되돌려 받은 '불곰사업'에서 횡령과 배임 혐의가 드러나 지난 2009년 구속기소된 뒤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