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데이본 제퍼슨이 12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스와의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 제공/KBL)
데이본 제퍼슨이 흥분하자 창원 LG는 중심을 잃었다. 크리스 메시가 들어온 것이 역전승의 발판이 됐지만 제퍼슨의 '분노 조절'은 남은 시리즈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양 오리온스와 창원 LG의 프로농구 6강 플레이오프에서는 트로이 길렌워터와 데이본 제퍼슨의 자존심 대결이 큰 몫을 차지한다. 제퍼슨이 활약한 1차전(24점 17리바운드)은 LG가 대승을 거뒀고 길렌워터가 폭발한 2차전(37점 야투성공률 80%)은 오리온스가 승리했다.
제퍼슨은 평소 "누구와 붙어도 자신있다"고 말한다. 자타가 공인하는 KBL 최정상급 스코어러다. 그런데 길렌워터는 제퍼슨을 상대로 자신감이 넘친다. 제퍼슨은 골밑이 약점이라며 힘이 센 크리스 메시보다 오히려 상대하기가 편하다고 밝혔다.
12일 경기도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3차전, 두 해결사의 자존심 대결은 3쿼터 들어 희비가 엇갈렸다.
제퍼슨은 3쿼터 중반 3분 사이에 반칙 3개를 범했다. 길렌워터가 득점을 성공할 때 슛 동작 반칙을 범했고 3쿼터 종료 3분35초 전에는 스크린을 하다가 공격자 반칙이 지적됐다.
제퍼슨은 길렌워터를 수비하는 과정에서 반칙이 선언되자 못마땅한 표정으로 심판을 바라봤다. 아찔한 장면이 이어졌다. 이어지는 공격에서 일부러 과격하게 몸싸움을 했다. 수비수의 반칙이 불렸지만 제퍼슨의 공격자 반칙이 불려도 할말 없는 장면이었다.
공격자 반칙이 나온 순간에는 더 이상 분노를 참지 못했다. 심판을 향해 다가가 거칠게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았다.
전반에 이미 반칙 1개를 범한 제퍼슨의 반칙 수는 순식간에 4개가 됐다. 올 시즌부터는 테크니컬 파울도 일반 파울로 포함시킨다.
제퍼슨은 4쿼터 종료 6분51초를 남기고 다시 코트를 밟았으나 3분 만에 다섯 번째 반칙을 범하고 코트를 떠났다.
상대 선수가 돌파하는 과정에서 제퍼슨과 부딪혀 넘어졌다. 심판이 휘슬을 불자 제퍼슨은 '쿨'하게 LG 벤치를 향해 뛰어갔다.
김진 감독 앞에 잠시 서서 대화를 나누면서 누군가를 가리키는 모습도 있었다. 김진 감독은 "상대 선수가 자기 발에 걸려서, 자기 실수로 넘어진 것 같다며 억울하다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길렌워터는 제퍼슨이 흔들린 3,4쿼터에 18점을 몰아넣었다. 길렌워터는 양팀 선수 중 가장 많은 23점을 기록한 반면 제퍼슨은 16점 7리바운드에 머물렀다.
제퍼슨 대신 들어간 메시는 반전을 만들어냈다. 김진 감독은 "스크린의 장점이 있는 선수다. 스크린 몸싸움에 관대한 국제농구연맹(FIBA)의 룰 적용도 메시에게 유리한 부분이다. 메시가 김시래에 스크린을 가면서 그 효과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김시래는 4쿼터에서만 10점을 몰아넣어 74-73 역전승의 주역이 됐다.
메시의 활약 이면에는 오리온스의 방심이 있었다. 메시가 투입될 때 오리온스는 4점 차로 앞서고 있었다. 흐름상 오리온스에게 유리했다.
추일승 오리온스 감독은 "메시를 데리고 하는 2대2 공격을 활용했는데 선수들이 너무 일찍 찬스를 보려는 마음이 앞섰다. 성급했다"며 아쉬워 했다.
메시가 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는 오리온스의 방심도 한몫 했다.
LG는 결국 제퍼슨이 경기를 풀어줘야 한다. LG가 하위권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온 것도 제퍼슨의 역할이 컸기 때문이다. 지난 3차전에서처럼 심판 휘슬에 민감하게 반응해 평정심을 잃는다면 LG는 또 흔들린다. 오리온스가 두번 방심할 리는 없다.
길렌워터 역시 이날 경기에서 판정에 대한 불만이 적잖았다. 고개를 가로저을 때가 많았다. 길렌워터는 정규시즌 때 판정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자기 플레이를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