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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간 이어온 '지하철공부방' 하루아침에 폐쇄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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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간 이어온 '지하철공부방' 하루아침에 폐쇄 위기

    • 2015-03-25 08:02

    서울메트로 직원들 후원금 모아 아이들 돌봐 와…학교선 "철거하라"

     

    서울메트로 신정차량기지 직원들이 지난 15년간 한푼 두푼 모은 후원금으로 운영됐던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25일 서울메트로 직원들에 따르면 센터의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던 서울 양천구 은정초등학교 내 교실이 지난 23일 폐쇄됐다.

    지난해 말 학교 측에서 센터를 철거하지 않으면 강제집행과 손해배상 청구를 하겠다는 내용증명을 보낸 이후 센터 측이 응하지 않자 학교가 교실의 열쇠를 바꾸고 전기를 차단한 것이다.

    이 지역아동센터가 생긴 것은 지난 2001년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9년 신정차량기지 직원들은 생활이 어려운 주변 임대아파트 아이들을 차량기지로 초청해 한 두 끼씩 밥을 먹이기 시작하다 자연스레 공부방을 차리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400명이 넘는 차량기지 직원들이 한 달에 3천∼1만원씩 모은 후원금에다 주변 지역사회와 기업들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에는 은정초등학교 1층 주차장 입구의 통로를 막아서 생긴 좁은 공간에서 머물다 이내 학교 내 교실을 제공받아 제 모습을 갖추게 됐다.

    신정차량기지 직원 임윤화(47)씨는 "이 공부방은 아이들이 즐거운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게 차량기지 직원들이 직접 바닥에 전기온돌 공사를 하고 전기조명을 바꾸는 등 땀을 흘려 만든 곳"이라고 설명했다.

    주로 새터민, 다문화가정, 지역 내 저소득층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선생님, 자원봉사자와 함께 학교가 끝난 후 오후 7시까지 합창, 서예, 연극놀이, 자기주도학습 등을 하며 꿈을 키워왔다. 방학 때는 신정차량기지 직원들과 함께 1박2일 캠프도 가고 주말에도 영화관람 등 문화행사를 즐겼다.

    그러나 학교는 이 시설이 비인가시설이고 방과후 교육에 대해 안전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에서 책임질 수 없다는 이유에서 지난해부터 철거를 주장하고 있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돌봄교실에 공부방을 편입시키라는 것이다.

    그러나 센터를 후원하는 차량기지 직원들은 학교 돌봄교실에 편성된 예산도 없는 상태에서 학교가 그간의 역사와 아이들의 바람을 무시하고 무조건적인 철거만 요구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신정차량기지 후원회장 이여철(55)씨는 "이 센터는 한 직장에서 후원자가 모집돼 지역 아이들을 돌보는 최초의 사례이자 15년째 마을공동체로 훌륭히 운영되고 있는 곳"이라며 "교사 인건비 예산도 편성되지 않은 학교 돌봄교실에 아이들을 보낼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씨는 "우리 공부방은 돌봄교실과 달리 주말이나 방학에 갈 곳이 없는 아이들에게 전인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이곳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구청과 학교가 조율해 학교 안에서 지역아동센터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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