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은 달라도 구위는 똑같다?' 삼성 피가로(왼쪽)는 28일 SK와 시즌 개막전에서 강렬한 한국 무대 데뷔전을 치르며 지난해 팀 에이스 릭 밴덴헐크의 이적에 대한 아쉬움을 날렸다.(자료사진=삼성 라이온즈)
삼성은 지난해 통합 4연패의 주역 릭 밴덴헐크를 잡으려고 애썼다. 시속 150km 중후반대의 강속구를 뿌리는 파이어볼러. 게다가 한국 무대 2년차에 완전히 적응한 밴덴헐크는 리그 정상급 우완으로 우뚝 섰다.
그럼에도 삼성은 밴덴헐크를 놓쳤다. 삼성도 큰 손이었지만 일본 소프트뱅크의 막강한 자금력에는 살짝 밀렸다. 밴덴헐크는 대한 해협을 건너 이대호의 동료가 됐다.
하지만 삼성은 대안이 있었다. 협상 중일 당시 삼성 관계자는 "밴덴헐크를 놓칠 것 같다"면서도 "그러나 플랜 B, 플랜 C가 있다"고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 자신감의 이유는 바로 알프레도 피가로(31)였다.
피가로는 28일 대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개막전부터 밴덴헐크의 기억을 깨끗하게 지워냈다. 밴덴헐크 못지 않은 구속과 구위로 우완 정통파 에이스에 대한 아쉬움을 깔끔하게 털어냈다.
이날 피가로는 SK 타선을 상대로 6이닝 5탈삼진 2피안타 4볼넷 무실점 쾌투로 승리 투수가 됐다. 최고 153km를 찍은 묵직한 직구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까지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볼넷이 조금 흠이었지만 6-1 승리의 발판을 놓은 나무랄 데 없는 한국 무대 데뷔전이었다.
경기 후 양 팀 감독이 모두 칭찬했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피가로가 승리를 안겼는데 공이 인상적이었다"고 흐뭇해 했다. 김용희 SK 감독도 "오늘은 피가로의 구위에 밀린 경기였고 타격 쪽 부진이 컸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피가로도 "개막전 선발 투수는 생애 처음인데 좋은 경험을 했다"면서 "잘 던지고 팀도 이겨서 기분이 좋다"고 데뷔전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매일 팬을 위해 뛰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이길 수 있다는 것 행복한 일"이라며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였다. 이 정도면 삼성은 밴덴헐크가 다시 온다고 해도 받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