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평소 절친한 선배 차두리의 은퇴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을 절호의 기회를 잡았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곱씹어야 했다. 윤성호기자
"시간을 돌리고 싶어요"
경기가 끝나고 한참이 지났지만 손흥민(레버쿠젠)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평소 유독 친하게 지냈던 선배 차두리(서울)의 대표팀 은퇴 경기를 더욱 빛낼 수 있던 절호의 기회를 자신이 살리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이다.
차두리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뉴질랜드와 축구대표팀 평가전에 자신의 통산 76번째 A매치에 출전했다. 차두리는 이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43분 김창수(가시와 레이솔)과 예고된 교체까지 여전한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 경기에서 차두리와 함께 그라운드에 나선 동료들은 어떻게 해서든 차두리를 위해 승리하려고 애를 썼다. 골을 넣겠다는 필사의 의지가 그라운드 밖에서도 분명하게 보였다. 그래서 손흥민은 전반 37분 페널티킥이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자 그토록 아쉬워했는지도 모른다.
후반 19분 손흥민은 고개를 푹 숙인 채 그라운드를 빠져나왔다. 평소 절친했던 ‘두리 삼촌’의 은퇴 경기였던 만큼 자신이 출전했던 그 어떤 경기보다 골을 넣고 싶었다. 페널티킥 기회가 생겨 직접 키커로 나섰고, 강하게 구석을 노려 찼지만 예상외로 상대 골키퍼의 기막힌 선방에 선제골이 무산됐다.
후반에도 계속해서 골 기회를 노렸지만 번번이 상대 수비의 벽을 넘지 못했다. 결국 ‘두리 삼촌’을 위해 준비한 특별한 세리머니도 선보이지 못한 채 후반 19분 이재성(전북)과 교체됐다.
경기 후 믹스드존에서 만난 손흥민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자신의 힘으로 ‘두리 삼촌’의 마지막 A매치를 화려하게 장식해주고 싶었던 만큼 그러지 못한 아쉬움이 더욱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