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크를 시도하는 아이라 클라크 (사진/KBL)
울산 모비스가 2014-2015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54경기를 치르는 동안 아이라 클라크가 한 경기에서 리카르도 라틀리프보다 득점과 리바운드를 더 많이 기록한 횟수는 총 2번에 불과하다.
클라크가 라틀리프보다 더 많은 득점을 올린 경기수도 고작 4번이다. 그 중 한번은 라틀리프가 장염 증세로 3쿼터 내내 벤치를 지키다 4쿼터에만 출전한 작년 12월10일 부산 케이티전이 포함돼 있다.
지난 달 31일 울산에서 끝난 원주 동부와의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라틀리프보다 클라크의 활약이 더 눈에 띄었다. 클라크는 25분동안 17점 7리바운드를 올렸고 라틀리프는 8점 6리바운드에 머물렀다.
라틀리프가 평균보다 떨어지는 기록을 남긴 이유는 파울트러블 때문이었다. 3쿼터 초반 4번째 반칙을 범해 벤치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라틀리프의 4번째 반칙을 보고 아찔함을 느꼈다. "사실 위험했다. 벤치에서 여러가지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라틀리프가 벤치로 물러났을 때 스코어는 43-43 동점이었다. 모비스가 3쿼터 시작 1분42초 만에 연속 8점을 몰아넣어 분위기를 반전시킨 시점이다. 기세를 이어가야 할 때 라틀리프를 잃었다.
그러나 클라크가 빈 자리를 잘 메웠다. 후반에만 15점을 몰아넣은 덕분에 모비스는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 83-65, 18점 차 대승을 거둘 수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후 "클라크가 생각보다 잘해줬다. 체력이 좋아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 선수다. 시즌 내내 골밑으로 들어가라 들어가라 지시했는데 플레이오프가 되니까 이제서야 들어간다"며 웃었다.
클라크는 창원 LG와의 4강 플레이오프 5차전 때부터 자신의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고 그 기세가 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재학 감독은 "이제 막 시즌을 시작한 선수" 같다고 말한다.
모비스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상대팀 동부에 앤서니 리처드슨이 있어 클라크의 존재는 더욱 의미가 크다. 클라크는 외곽 플레이를 주로 하는 리처드슨의 빠른 발을 따라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힘에서도 한수위라 리처드슨에게 강한 압박감을 준다.
모비스는 리처드슨이 나왔을 때 굳이 라틀리프를 고집하지 않는다. 여기서 동부의 계산이 틀어진다.
김영만 동부 감독은 "리처드슨이 힘에서 밀려 힘들어 한다. 수비가 강한 선수를 상대로 평소 습관처럼 1대1을 하려고 한다"며 아쉬워 했다. 클라크를 언급한 것이다.
클라크의 나이는 만 40세다. LG 문태종과 동갑이다. 그러나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마음가짐은 여느 젊은 선수 못지 않다. 클라크는 정규리그 때 자신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동료들보다 먼저 체육관에 나가 운동을 하는 모습을 여러차례 보였다.
문태영은 "굳이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미리 나와 운동을 하고 또 연습하러 가는 모습이나 음식 조절에도 신경을 쓰는 모습은 배울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유재학 감독도 "라틀리프와 문태영, 클라크가 코트 안팎에서 서로 잘 맞는 것 같다"며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의 '클라크 효과'를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농구 팬들은 클라크를 '시계 형님'이라고 부른다. 시계를 뜻하는 영어 단어 '클락(clock)'과 발음이 같아 붙여진 애칭이다(클라크의 영어 표기는 Cl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