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프 형, 나중엔 어림없어요' 7일(한국 시각) 시즌 개막전에서 맞붙은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왼쪽)와 샌디에이고 맷 켐프. 지난해까지 7년 동안 다저스에서 한솥밥을 먹은 둘의 대결은 켐프의 2안타 3타점 판정승으로 끝났다.(자료사진=다저스, 샌디에이고 홈페이지)
절친한 동료에서 1년 만에 적으로 만난다면 어떨까. 스포츠에서는 종종 일어나는 일이다. 한솥밥을 먹다가 이적해 맞대결을 펼쳐야 하는 경우다.
7일(한국 시각)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MLB) 개막전이 그랬다. 지난해까지 한 팀이었던 다저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27)와 샌디에이고 주포 맷 켐프(31)가 적으로 만났다.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9년 동안 다저스에서 뛴 켐프가 이적하면서 생긴 일이다. 그는 2008년 빅리그에 데뷔한 커쇼와 7년을 함께 보냈다.
특히 둘은 다저스 투타의 핵심이었다. MLB 최고 투수인 커쇼가 팀 에이스라면 야수 중 리더는 켐프였다. 특히 켐프는 경력 면에서 더 앞선 프랜차이즈 스타로 클럽하우스 중심이 될 만했다.
둘은 2011년 함께 꽃을 피웠다. 켐프가 타율3할2푼4리 39홈런 126타점으로 MVP급 활약을 펼쳤고, 커쇼는 21승5패 평균자책점(ERA) 2.28로 생애 첫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커쇼, 켐프 위한 배려…살짝 경기 중단
7일 경기 전 인터뷰를 하는 켐프(왼쪽)와 커쇼의 역투 모습.(자료사진=MLB 홈페이지)
그런 둘이 이날 적으로 맞닥뜨린 것이다. 첫 대결에서는 켐프가 승리했다. 1회와 5회 커쇼를 상대로 모두 적시타를 뽑아냈다. 1회 1타점 중전 안타를 날린 켐프는 5회는 좌익수 쪽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묘하게도 패스트볼이었고, 높거나 가운데 몰린 공이었다.
경기 후 켐프는 "첫 다저스 원정 벤치가 이상했지만 기분은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커쇼에 대해서는 "현재 최고의 투수지만 오늘은 몇 개 실투를 해서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커쇼가 자신을 배려한 데 대해서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날 켐프가 첫 타석에 들어서자 다저스 팬들은 전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에 마운드 위의 커쇼는 켐프가 팬들의 환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잠시 기다렸다. 켐프는 헬멧을 벗어 관중에 화답했다.
켐프는 "커쇼에게 경의를 표한다"면서 "그 역시 내게 존경심을 갖고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커쇼가 관중 환호를 보고 투구판에서 발을 빼 경기를 잠시 중단시켰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이후 우리는 대결했다"고 강조했다.
커쇼도 경기 후 "켐프는 좋은 타자"라면서 "오늘 내가 최선을 다한 공을 때려냈다"고 칭찬했다. 이어 "몇 년 동안 그를 상대해야 하는데 그를 파악하고 잡아내기 위해 연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커쇼는 6이닝 6피안타 2볼넷 9탈삼진 3실점한 뒤 2-3으로 뒤진 상황에서 물러났다. 팀이 6-3 역전승을 거두며 패전은 면했다.
▲11년 절친 장원준-강민호, 올해는 적으로
두산 입단식에서 절친 롯데 강민호와 첫 대결 초구 직구 승부를 약속한 장원준.(자료사진=두산 베어스)
최근 비슷한 상황이 KBO 리그에서도 일어났다. 한 팀에서 절친으로 지내다 적으로 만난 최고의 선수, 30살 동갑내기 장원준(두산)과 강민호(롯데)다.
둘은 2004년 롯데 입단 동기다. 투수와 포수로 찰떡 호흡을 자랑하며 지난해까지 9시즌을 보냈다. 장원준이 경찰청 야구단에서 군 복무인 2년을 빼고는 프로 생활을 함께 했다.
장원준은 2008년부터 5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두며 리그 정상급 좌완으로 군림했고, 강민호도 장타력을 갖춘 최고의 포수로 거듭났다. 강민호는 2013시즌 뒤 5년 75억 원, 당시 역대 최고액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장원준이 지난 시즌 뒤 FA로 풀려 두산으로 가면서 둘은 헤어졌다. 장원준은 친구 강민호보다 9억 원이 많은 84억 원 계약을 맺었다.
장원준은 두산 입단 기자회견에서 "강민호와 대결할 때 초구 직구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변화구를 던지면 배트를 던져버리겠다"는 친구 강민호의 농담에 대한 답이었다.
▲장원준, 약속대로 직구 승부…강민호 폭발
'친구야, 고맙다' 롯데 강민호가 지난 5일 절친 두산 장원준으로부터 2회 2점 홈런을 뽑아내는 모습.(자료사진=롯데 자이언츠)
그런 둘은 지난 5일 첫 대결을 펼쳤다. 장원준이 사직 롯데 원정에 등판하면서다. 이날도 장원준은 켐프처럼 생애 첫 사직 원정 등판이었다. 장원준도 투구에 앞서 부산 팬들에게 인사를 했고, 따뜻한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맞은 강민호와 첫 대결. 3-0으로 두산이 앞선 2회말 무사 1루였다. 장원준은 약속대로 초구 직구를 던졌다. 다만 치기 어려운 몸쪽 낮는 공이었다. 이후에도 3구까지 직구 승부. 4구째야 체인지업 변화구를 던졌다.
이후 풀카운트 끝에 강민호는 장원준의 높은 직구를 받아쳤다.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2점 홈런. 실투를 강민호가 잘 때린 것이었다. 두 번째는 4회 1사 투수 앞 땅볼로 장원준의 승리. 둘의 첫 맞대결은 2타수 1안타였다.
그러나 강민호는 장원준이 물러난 이후에도 만루포 포함, 홈런 2개를 몰아쳤다. 생애 첫 3홈런 8타점 경기를 펼쳐 16-4 대승을 이끌었다. 장원준은 친정팀과 첫 대결에서 5이닝 6탈삼진 5피안타 4실점으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장원준은 경기 후 "롯데 타자들을 상대하니 조금 어색했다"면서 "실투를 강민호가 잘 쳤다"고 말했다. 강민호는 "내가 미쳤나 보다"면서 "타격감보다 운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원준과 강민호, 또 커쇼와 켐프의 올 시즌 맞대결이 어떻게 끝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