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조성장소 놓고 트리플래닛-진도군 '엇박자'
진도군 "추모숲, 진도군 이미지 악영향"…트리플래닛 "진도군에 서운"
오드리 헵번의 아들 션 헵번이 제안한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이 부지 선정을 놓고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사회혁신기업 '트리플래닛'은 헵번 가족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오후 전남 진도군 백동 무궁화동산에서 기념식수를 한다.
팽목항에서 4.16㎞ 떨어진 이 동산에 3천㎡ 규모의 은행나무 숲을 조성해 '세월호 기억의 숲'으로 삼는 사업의 첫발을 떼는 것이다.
그러나 이날 행사가 열린 곳은 '임시 부지'다.
진도군은 지난 8일 숲 조성을 위한 트리플래닛의 협조 요청에 공문을 보내 사실상 '불허 방침'을 밝혔다.
다만 이날 열리는 기념식과 기념식수는 추후 대체부지(세월호 기념공원) 조성 시 나무를 옮겨 심을 것을 약속받고 조건부로 승인하기로 했다.
진도군은 삼별초군 항전지 남도석성 진입로에 무궁화를 심어 애국심을 고취한다는 기존 무궁화 동산의 취지와 어긋나고 팽목항 주변에 국가적 추모공원 건립이 예정돼 추모 숲은 공원 안에 조성돼야 한다는 이유로 불허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도군은 추모 공간이 늘어날수록 참사 발생지라는 지역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는 듯한 속내도 드러냈다.
진도군의 한 관계자는 "무분별하게 추모숲이 조성되면 진도군이 참사 발생지라는 이미지를 떨치기 어려워 추진 중인 세월호 기념공원에 추모숲이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 군의 공식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트리플래닛 측은 서운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세월호 1주년을 기점으로 첫 번째 숲을 만드는 일정상 계획변경이 어렵다"며 "임시로 나무를 심고 전남도, 진도군과 협의해 앞으로 건설될 세월호 추모공원 내 기념숲에 이식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월호 기념공원은 용역예산만 마련됐을 뿐 아직 계획조차 나오지 않아 앞으로 몇 년간은 무궁화 동산에 추모 숲과 기념물이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트리플래닛 측은 백동 무궁화동산에 30여 그루의 은행나무를 1차로 심고 향후 모금 상황에따라 2·3차 숲 조성에 나설 계획이지만, 진도군이 향후 이전을 조건으로 기념식수만 승인한 상황이라 사업 추진이 난항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날 기념식수 현장에 참석한 이동진 진도군수가 "추모숲 조성은 큰 의미가 있으며, 진도군민들과 함께 숲을 가꿔나겠다"고 발언해 진도군의 태도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