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로엔트리 제공)
울랄라세션, 버스커버스커, 투개월 등을 배출한 '슈퍼스타K3'는 쟁쟁한 실력을 지닌 참가자들이 유독 많았던 시즌으로 기억된다. 예선부터 남다른 가창력을 뽐내며 우승 후보로 꼽혔던 신지수도 그 중 한 명이다.
당시 신지수는 생방송 TOP7까지 올랐지만, 아쉽게 TOP5 결정전에서 탈락하며 고배를 마셨다. 벌써 4년 전 이야기다. 신지수는 이제야 첫 번째 미니 앨범 '20's Party 1'을 들고 대중 앞에 섰다. 최근 만난 그는 "조급함 없이 20대 초반을 알차게 즐겼다"며 "내가 겪은 다양한 경험들을 노래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많은 분들이 왜 이렇게 데뷔가 늦었냐며 조심스럽게 물어보시더라. 사실 난 준비 기간이 길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4년 동안 앨범 준비만 하진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짜 열심히 놀았다. (웃음). 여행도 다니고, 연애도 하고 평범한 또래들처럼 20대를 즐겼다. 그런 경험을 겪으니 자연스럽게 음악이 늘더라."
신지수는 실제로 가수가 아닌 평범한 스물셋 여대생으로 지냈다. 과잠바를 입고 캠퍼스를 누볐고, 인간의 가치와 상실이라는 난해한 수업을 들은 뒤 좌절하며 재수강도 했다. A부터 F까지 학점 때문에 웃고 울었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고 클럽에 가서 스트레스도 풀었다. 그렇게 지내며 느끼고 겪은 이야기를 데뷔 앨범에 담았다. 청춘의 맛을 제대로 녹인 셈이다.
신나는 느낌의 타이틀곡 '헤이 쥬드(Hey Jude)'부터 청춘의 향이 폴폴 풍긴다. "또래 친구들이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불렀다. '그냥 놀자 계산 좀 말고. 네 학점 경고등만 꺼 줘 꺼 줘'라는 가사가 있다. 20대의 현실적인 고민은 스펙 쌓기지만, 친구들과 소통하면서 인생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자작곡도 4곡이나 실렸다.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자신과 닮은 새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자의 심정을 담은 'X 같은 그녀', '다른 여자를 마음에 두고 있는 연인에게 다시 돌아오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고백(Go Back)',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설렘을 담은 '꽃, 바람', 어두운 새벽에 느낀 복잡한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나의 새벽'이 신지수의 곡이다.
신지수는 "픽션과 논픽션이 섞여 있다"며 "내 이야기는 물론, 친구들이 겪은 이야기도 담겨있다"고 말했다. 그 중 '꽃, 바람'의 탄생 과정은 꽤 흥미롭다.
"대학가에는 커피는 맛없지만, 손님이 많은 카페가 꼭 있는데, 그건 알바생이 잘생겼다는 걸 의미한다. 나도 물론 자주 갔다. (웃음). 그때 느꼈던,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난 설레는 감정을 담은 곡이 '꽃, 바람'이다. 도서관 아래 벤치에 앉아 곡을 썼던 기억이 난다. 왠지 나쁜 남자 같은 느낌이 나서 대시는 안 했고,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남겼다. 하하."
4년의 시간이 핑크빛만은 아니었다. 신지수는 "오춘기가 온 적이 있었다"고 고백했다. "내 노래로 직접 손에 꼽히는 기획사, 대학교에 들어갔는데 어느 순간 빈 수레 쭉정이 같은 느낌이 들더라. 남들이 보기엔 부러움의 대상일 수도 있는데, 난 행복하지 않았다. 갈피를 못 잡을 때마다 새벽에 많은 생각을 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참 막막하더라. 회사 연락도 안 받고 잠수도 많이 탔다."
신지수는 "연습생 생활만 했으면 내가 왜 이 시기에 마음아파 하는지를 모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회상했다. 다행히 같은 문제로 아파하는 친구들과 고민상담을 통해 상처의 원인을 알게 됐고, 자신의 빈 공간을 채우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레도 보고, 아파도 보고 신지수는 그렇게 성장 중이다. "과거에는 어떻게 하면 내가 남들에게 잘 보일까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은 표현할 때도 그렇고 감정이나 내가 겪은 경험을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까에 초점을 맞춘다. 또 노래 실력을 자랑하고 싶은 생각에서도 여유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