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섭아, 때를 기다려라' LG 양상문 감독(왼쪽)과 좌완 투수 임지섭.(자료사진=LG 트윈스)
정상급 투수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과연 그 길은 어떤 것일까. LG 좌완 임지섭(20)이 그 험난한 길을 걷고 있다.
임지섭은 16일 잠실에서 열린 KIA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5⅓이닝 동안 7탈삼진 6피안타 4볼넷 4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팀은 10-5 승리를 거뒀지만 임지섭은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진한 아쉬움이 남았다. 3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와 승리를 눈앞에 두고 내려온 터였다. 마운드를 떠나 더그아웃으로 내려온 임지섭의 표정에도 아쉬움이 가득했다.
이날 임지섭의 출발은 좋지 않았다. 1회 1사에서 안타 2개와 폭투로 1점을 내줬고, 1-1이던 2회도 볼넷과 안타로 실점했다. 중견수 박용택의 포구 실책이 끼긴 했으나 빌미는 임지섭이 제공했다.
하지만 이후 안정을 찾았다. 5회까지 안타 2개를 내줬지만 삼진 4개를 뺏어냈다. 견제사까지 곁들인 임지섭은 3회 타선이 2점을 뽑아줘 3-2로 역전해 승리 투수 요건도 갖췄다.
▲5회까지 호투, 그러나 불안한 제구에 발목
임지섭은 그러나 6회를 넘지 못했다. 공이 크게 바운드될 정도로 제구가 되지 않았다. 선두 타자 최희섭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낸 게 화근이었다. 이범호를 삼진으로 잡았지만 폭투로 주자를 2루로 보냈고, 최용규에게 던진 제구가 되지 않은 높은 직구가 동점 2루타로 연결됐다.
결국 임지섭은 마운드를 정찬헌에게 넘겼다. 정찬헌이 안타와 볼넷에 이어 희생타를 내주며 임지섭의 자책점은 3개로 늘었다. 패전 위기까지 몰렸던 임지섭은 팀이 역전승해 승패를 기록하지 않았다.
이날 임지섭의 구위는 나쁘지 않았다. 최고 구속이 149km까지 나왔다. 변화구도 예리하게 꺾였다. 하지만 역시 제구가 문제였다. 99개 투구 중 볼이 44개로 44.4%였다. 수치보다 스트라이크와 볼의 편차가 컸다. 어이없게 바운드되는 공이 적잖았다.
양상문 LG 감독은 임지섭에 대해 "젊다 보니 구속을 내려고 있는 힘껏 던지는 경향이 있어 제구가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투수는 산을 오르는 것처럼 경기 수와 기량이 비례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한 순간 영점이 잡히고 깨닫는 날이 올 것이고 지섭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섭은 지난해 1차 지명으로 계약금 2억5000만 원에 입단한 기대주다. 향후 LG의 10년을 책임질 좌완 에이스로 커야 한다. 그 길을 밟아가고 있는 임지섭의 대오각성할 찰나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