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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지 없는 팔색조, 이이경의 자유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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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장지 없는 팔색조, 이이경의 자유활용법

    [노컷 인터뷰] "잘생기지 않았지만 개성 강해…작품 위해서라면 고집도 포기"

    배우 이이경. (HB엔터테인먼트 제공)

     

    멋들어진 꾸밈도, 포장도 없었다. 자유롭게 넘나드는 역할만큼이나 그는 자유로운 자세로 인터뷰에 임했다. 그래서 평범한 질문에도, 그의 대답은 범상치 않았다. 배우 이이경의 이야기다.

    이이경의 필모그래피는 그야말로 다양하다. 퀴어영화부터 사극까지, 그는 3년 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누구보다 바쁘게 활약해왔다. 이것은 그가 어떤 장르의 연기든 소화해낼 수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스스로를 '잘생기지 않은 개성파' 배우로 칭하는 이이경. 인터뷰 내내 그의 재담은 빛을 발했다. 다소 과묵해 보이는 얼굴은 입을 열자 순식간에 호기심 많은 장난꾸러기의 그것으로 바뀌었다. 김기덕 감독의 말투를 똑같이 재연하는가 하면, 즉석에서 신조어를 뚝딱 만들어냈다.

    그러면서도 정작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에는 엄격했다. 그는 속이 텅 빈 싱크홀처럼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히 기초를 쌓고 있었다.

    이이경과의 유쾌한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 드라마 '하녀들'에서 이번엔 말도 많고 철없이 밝은 캐릭터였죠. 애드리브도 많았나요?

    거의 다 애드리브였어요. 감독님이 저를 풀어놓으시고 '이경아, 이 씬 한 번 만들어봐라'고 하시거든요. (애드리브를 하면) 그걸 조절하고 편집하세요. 잘 놀 수 있게요. 연극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 특별히 꽂혔던 애드리브가 있다면요?

    강씨 부인을 보고 놀라는 게 씬에서는 없는데, 제가 강씨 부인만 보면 못볼 것을 본 것처럼 놀라잖아요. 이게 반복이 되면서, 그걸 쓰시더라고요. 또 단지에게 '깍쟁이'라고 부르는 것도 원래 없었는데 제가 애드리브를 하니까 쓰셨어요.

    ▶ 감독님의 디렉션이 굉장히 자유로웠나봐요. 작업 소감이 궁금합니다.

    조현탁 감독님과의 만남은 정말 제 인생에서 귀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에요. 기분 좋은 감독님이고 다시 찾아갈 수 있기를 바라고, 정말 감사해요. 감독님이 부르신다면 버선발로 뛰어가야죠. (웃음)

    ▶ 사극인데, 다른 장르보다 좀 고생스럽진 않았나요?

    빨리 지나간 작품이었어요. 사극인데도 힘들지 않았고요. 추운 계절이었는데도 괜찮았어요. 저는 단체씬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어서 (다른 배우들께) 너무 죄송스럽죠.

    ▶ 남자 선배들과의 호흡은 어땠어요?

    오히려 선배님들이나 선생님들께서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더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아직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을 경험에서 하시는 것을 봐요. 부담감은 있지만, 그걸 선배님이 다 아시고 위축되지 말라고 해주시는 것들을 느끼죠. 김동욱 선배님은 어떤 고민이 있으면 크든 작든 본인 이야기처럼 들어주시고, 오지호 선배님은 응원을 해주세요.

    배우 이이경. (사진=JTBC 제공)

     

    ▶ 배우 이엘과 전소민, 두 사람 사이에서 러브라인을 형성했는데, 만족했나요?

    호흡은 만족하는데 뭔가 아쉬운 것은 있어요. 꽁냥꽁냥한 것들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러지를 못해서요. 이엘 누나와는 코미디였어요. 누나 대사 자체가 정말 웃겨요. 저와 (전)소민 누나 사이에는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화도 냈다가, 울었다가, 좋았다가…. 두 사람 가운데 딱 (저라는) 킹콩이 있으니까 대박인 것 같아요. (웃음) 농익고 내공이 쌓인 '고로쇠 러브'가 필요한데 아직 불씨는 있고 장작이 안 들어가서요. 소민 누나에게 폐 끼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죠.

    ▶ '하녀들' 시청률이 5%(닐슨코리아 전국기준)에 육박해서 끝났죠? 이후에 좀 변화된 것이 있나요?

    일상에서는 집에 있다가 나와서 일하고, 또 다음 촬영하고 그러니까 잘 모르겠어요. 주차하고 올라오는 길에 경비 아저씨께서 '하녀들'의 윤서인 걸 알아보시진 못하고, 그냥 바로 집으로 올라왔어요. 보호색같은 그런 느낌? (웃음) 성장은 맞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저에 대한 자료가 없었고, 새롭게 설명하고 연기했었는데 이제는 관계자분들이 어디에 나온 누구인지 알아봐 주시니까 신기해요.

    ▶ 바로 tvN '초인시대'에 들어가죠? 쉬고 싶지는 않나요?

    매사에 욕심이 많아요. 제 자신에게 어긋나는 것을 좀 싫어하는 스타일이거든요. 작품을 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난 괜찮은 걸까' 등 다른 생각이 겹쳐오기 시작하죠.

    ▶ 유병재 작가와 함께 연기해 보니 어땠나요?

    처음 만났을 때는 아무 말도 없고, 진중한 스타일이더라고요. 그런데 대본을 정말 잘 써서 엄청 웃었어요. 촬영장에서는 또 연기를 잘하는 거예요. '이 사람 뭐지?'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매니저도 없이 혼자 택시타고 다니고, 글도 잘 쓰고, 연기도 잘하고, 경솔한 모습도 본 적이 없어요.

    ▶ '하녀들' 이후로는 밝은 역할로 많이 가고 있나봐요

    '하녀들'을 기반으로 해서, '초인시대'도 그런 분위기죠. 밥 먹으러 가면 나쁜 놈이 아니라 반가운 놈이나 재밌는 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웃음) 요즘은 밝은 작품을 하는 시즌인데, 어두운 작품을 하는 시즌으로 자유롭게 왔다갔다 하게 되어야죠.

    ▶ 지금 하고 싶은 연기나 캐릭터가 있다면요? 이전에는 왜 악역이 많이 들어왔다고 생각해요?

    일상 연기를 하고 싶어요. '미생'이나 '응답하라 1994'처럼요. 악역이 많이 들어왔던 건, 아무래도 인상이 강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감독님들은 제 눈 보고 많이 찢어져 있어서 세상이 와이드로 보이겠다고 그런 농담도 하세요. (웃음)

    ▶ 인터뷰 하는 걸 보면 유머감각이 넘치는 것 같아요. 원래도 개그하거나 말장난 같은 거 좋아하세요?

    말장난을 좋아해요. 친구들과 얘기하다가 오는 것도 있고, 가끔 만나고 놀 때도 재밌는 말을 기억을 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다른 데서 써먹으려고요. (웃음) 작품 속에서 누굴 처리하고, 찌르고, 죽이고 이런 것보다 그런 모습이 더 가까운 측면이 많죠.

    배우 이이경. (사진=JTBC 제공)

     

    ▶ 예능프로그램 출연은 생각해 본 적 없나요?

    예능프로그램은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진짜 사나이'나 '정글의 법칙' 출연하고 싶어요. 군대는 갔다 왔지만 화생방이나 각개 전투도 한 번 더 해보고 싶고, '정글의 법칙'처럼 남자들끼리 우정을 쌓을 수 있는 그런 곳에 갔다오면 뿌듯하고 재밌을 것 같아요.

    ▶ 이번엔 드라마였지만 데뷔도 영화로 했고, 김기덕 감독과 작업도 함께 했었죠?

    오디션을 보러 김기덕 감독님 작업실 겸 집에 갔어요. 마동석 선배부터 배우 분들이 다 오셔서 깜짝 놀랐죠. 대본 리딩을 해보라고 하시니까 자연스럽게 대사를 읽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 때 왼쪽 팔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감독님이 '다음 주부터 촬영하면 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어안이 벙벙해서 감독님께 가서 '팔이 좋지 않아서 누를 끼칠 것 같다'고 했는데 '아, 괜찮아요. 편하게 하세요. 편하게 하시면 돼요'라고 하셨어요. 오른팔 밖에 쓰지 못하는 사태의 심각성을 알리니까 '오른팔만 쓰세요. 왼팔 치료 잘 하세요', 이러시더라고요.

    ▶ 나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오디션을 보러 가면 감독님들이 이런 말씀을 하세요. 거기에 잘생기고 멋지고 예쁘고 이런 사람들이 넘쳐 나거든요. 그런데 배역이 주인공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감독님들은 '너는 행복한 줄 알아라. 잘생기고 예쁜 애들은 그들만의 경쟁이다. 너처럼 개성이 강한 애는 축복이다'라고 말씀해 주시죠. 그 때 배역의 크기를 떠나 제가 조금은 덜 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 주연 욕심은 없나요?

    주연과 시청률은 하늘이 점쳐주는 거죠.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그런 것은 체할까봐, 자연스럽게 본분을 열심히 하다보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 배우 이이경 만의 포기할 수 없는 연기 고집, 이런 것도 있나요?

    연기적인 부분에서 저는 포기할 수 있어요. 공동체로 맞춰가는 거잖아요. 감독님은 숲을 보시는 분이고, 저는 그 안에서 행위 예술을 하는 사람이니까요. 서로 조율해야지 혼자만 하는 건 의미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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