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IF'는 의미없다. 그런데 만약 르브론 제임스가 감독의 작전을 그대로 따랐다면 경기 결과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11일(한국시간) 미국 시카고 유나이티드센터에서 열린 2014-2015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동부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4차전.
84-84 동점이던 4쿼터 막판 르브론 제임스가 왼쪽 베이스라인에서 인바운드 패스를 받아 중거리슛을 터뜨렸다. 공은 경기 종료 버저와 동시에 림을 통과했다. 클리블랜드는 86-84로 승리해 시리즈 전적을 2승2패 원점으로 되돌렸다.
스크린도 없었다. 제임스는 빠른 움직임으로 수비수 지미 버틀러의 타이밍을 빼앗고 베이스라인을 향했다. 때마침 메튜 델라베도바의 패스가 정확하게 전달됐다.
그런데 데이비드 블랫 클리블랜드 감독이 구상한 작전은 그게 아니었다. 델라베도바 대신 제임스가 직접 인바운드 패스를 하는 작전을 지시했다.
선수가 감독의 작전을 바꿨다.
제임스는 경기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말해 마지막 플레이는 내가 바꾼 것이다. 블랫 감독에게 나에게 공을 주게 하라고 얘기했다. 연장전으로 가거나 팀을 이기게 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이에게 패스를 하게 하고 나에게 공을 주게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제임스는 정규리그 때 자신이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릴 때가 많다고 밝혔고 마이애미 히트 시절에는 승부처에서 막판 전술을 짤 때 목소리를 낼 때도 많았다. 리그를 호령하는 슈퍼스타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제임스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감독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도 있는 팀 내부 사정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어보인다.
블랫 감독은 제임스의 버저비터가 터지기 전, 4쿼터 막판 치명적인 실수를 하기도 했다.
4쿼터 종료 8.4초를 남기고 시카고의 데릭 로즈가 레이업을 성공시켜 84-84 동점을 만들었다. 이때 블랫 감독이 코트 안으로 걸어오며 작전타임을 요청하는 수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곁에 있던 타이론 루 코치가 블랫 감독을 끌어당기며 말리는 장면이 있었다.
당시 클리블랜드에게는 작전타임이 남아있지 않았다.
{RELNEWS:right}클리블랜드에게는 다행히 3명의 심판 중 누구도 블랫 감독의 작전타임 요청을 보지 못했다. 만약 작전타임 요청이 받아들여졌다면 시카고에게 테크니컬 자유투를 던질 수 있는 기회와 공격권이 주어졌을 것이다. 경기가 시카고의 승리로 끝났을 가능성이 높다.
블랫 감독은 경기 후 "맞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경기를 망칠 뻔 했다"며 자신의 실수를 시인했다. 이래저래 블랫 감독에게는 아찔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