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네디 골로프킨. 사진=골로프킨 공식홈피 제공
또 한 명의 무패 챔피언이 출격한다. 일명 'GGG'로 불리는 게나디 게나데비치 골로프킨(33, 카자흐스탄)이 그 주인공이다.
WBA·IBO 미들급(-73kg) 세계챔피언이자 WBC 미들급 잠정챔피언인 골로프킨은 오는 17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엔젤레스 잉글우드에서 윌리 먼로 주니어(28, 미국)를 상대로 14차 방어전을 치른다.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320전 310승 10패)을 보낸 골로프킨은 프로에 와서 활짝 꽃을 피웠다. 2006년 5월 프로 데뷔 후 32전 전승(29KO)을 기록 중이다. 특히 KO승률이 미들급 역사상 최고인 90.63%에 이른다. 2010년 8월 WBA 미들급 타이틀을 따낸 뒤 13차례 방어전을 모두 KO승으로 장식했고, 2008년 11월부터 19경기 연속 KO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링 매거진'의 '파운드 포 파운드'(pound-for-pound) 순위에서 7위에 올라 있다. 2013년에는 '올해의 복서'(링 매거진)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강한 펀치력과 정타를 허용하지 않는 수비능력을 골로프킨의 최고 장점으로 꼽는다.
골로프킨은 독일을 기반으로 활동해왔고, 국적의 한계도 있다보니 2012년 9월에야 미국 링에 데뷔했다. 그러나 미국 데뷔전에서 그레즈고르즈 프록사(폴란드)를 5회 KO로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톱랭커들을 차례차례 무너뜨리면서 복싱팬들의 신임을 얻었다.
황현철 한국권투위원회 홍보이사는 "골로프킨은 카자흐스탄에서 국민영웅 대접을 받는다. 카자흐스탄의 매니 파퀴아오같은 선수라고 보면 된다"면서 "국적이 미국이었다면 대전료 1천만 달러는 받았을 선수다. 기량에 비해 대전료(현재 90만달러 수준)가 적지만 최근 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고 했다.
상대인 먼로 주니어는 19승(6KO) 1패의 전적을 가진 선수로, 지난 76년 '미들급 전설' 마빈 헤글러를 제압한 윌리 먼로 시니어의 아들이기도 하다. WBA 랭킹 2위의 만만찮은 선수이지만 전문가들은 골로프킨의 승리를 점친다.
황현철 이사는 "(먼로 주니어가) 까다로운 구석이 있다. 압승은 힘들어도 골로프킨이 어렵지 않게 KO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 골로프킨은 '하프 코리안'…"어머니의 나라 다시 가고파"
골로프킨은 '하프 코리언'이다. 생전 광부로 일한 아버지(2014년 작고)는 러시아인이고, 경북 포항 출신인 어머니(엘리사베스 박)는 한국인이다. 두 사람은 어머니가 카자흐스탄에 있는 화학연구소에서 일할 당시 부부의 연을 맺었다.
골로프킨은 8살 때 두 형 세르게이와 바딤의 권유로 복싱을 시작했다. 형들과 동네에서 복싱을 하며 지내는 나날은 행복했다. 그러나 러시아군에 입대한 두 형은 내전 중 잇따라 사망했다. 바딤은 90년, 세르게이는 94년 전사했다.
정부는 두 사람의 사인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장례식조차 치러주지 않았다. 골로프킨은 속울음을 삼켰다. 하지만 좌절하는 대신 더 강해지기로 했다. 비극적인 가족사는 그의 복서생활에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
골로프킨은 아들의 이름을 둘째 형과 같은 바딤으로 지었다. 아마추어 복서 출신인 이란성 쌍둥이 동생 맥심 역시 2012년부터 골로프킨의 팀에서 트레이너로 일한다.
골로프킨은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한국을 처음 방문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많지 않지만 그는 어머니의 나라에 호감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