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E조 1차전 벨기에를 상대한 한국 축구 대표팀 모습. (자료사진=www.fanpicture.ru)
[90년대 문화가 다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토토가'는 길거리에 다시 90년대 음악이 흐르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90년대는 스포츠의 중흥기였습니다. 하이틴 잡지에 가수, 배우, 개그맨 등과 함께 스포츠 스타의 인기 순위가 실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렇다면 90년대 스포츠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90년대 문화가 시작된 1990년 오늘로 돌아가보려 합니다.]
드디어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지역 2차 예선이 시작됩니다. 한국은 오는 16일 태국에서 미얀마와 첫 경기를 치르는데요. 여자 대표팀은 지난 10일 브라질전 패배의 아쉬움을 씻고, 오는 14일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여자 월드컵 E조 2차전을 치릅니다.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에 오른 아시아의 강호입니다. 월드컵에도 8회 연속 진출했습니다. 통산은 9회죠. 그만큼 월드컵에서 낯익은 얼굴이 됐습니다.
하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만 해도 낯선 팀이었죠. 지금이야 월드컵 단골 손님이지만, 당시에는 월드컵이 낯설기만 했습니다. 1954년 스위스 월드컵,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 이은 세 번째 출전이었으니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25년 전 오늘, 그러니까 1990년 6월13일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E조 1차전 경기가 열린 날입니다. 바로 한국과 벨기에 전입니다. 한국시간으로 6월13일 새벽, 현지시간으로 6월12일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0-2로 졌습니다. 후반 7분 데 그리세, 후반 18분 데 울프에게 연속 골을 허용했는데요. 4년 전 멕시코 월드컵 4강팀 벨기세를 상대로 전반은 힘겹게 버텼지만, 후반 와르르 무너졌습니다. 당시 신문들을 보면 '역부족', '무기력' 등으로 대표팀을 비판했네요.
사실 월드컵이라는 장도에 오르기 전부터 삐걱거렸습니다.
프로 구단들에서 소속 선수들의 차출을 거부하기도 했고, 김주성은 지나친 스타 의식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습니다. 여러 차례 치른 평가전 결과도 썩 좋지 못했습니다.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당시 평가였습니다.
경기 내용을 살펴보면 이회택 감독은 이영진에게 벨기에 게임 메이커 시포 봉쇄를 주문합니다. 한국이 전반을 실점 없이 끝낸 비결이었죠. 여기에 최근 세상을 떠난 고(故) 정용환이 린덴, 박경훈이 데 그리세를 찰거머리처럼 쫓아다녔습니다.
이밖에 구상범, 최강희, 홍명보, 김주성, 노수진, 최순호, 황선홍, 골키퍼 최인영 등이 벨기에전에 선발로 출전했습니다.
벨기에 게임 메이커였던 엔조 시포. (자료사진=www.sporting-heroes.net)
하지만 이영진의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한국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영진은 전반 시포에게 태클을 시도하다가 다리를 다쳤는데요. 결국 후반에는 조민국이 대신 그라운드에 투입됐습니다.
조민국이 시포 봉쇄에 실패하면서 첫 골이 나왔습니다. 시포의 전진 패스를 받은 데 그리세가 골대를 두고 뛰쳐나온 최인영의 키를 넘기는 로빙슛으로 첫 골을 만들었습니다. 주전 골키퍼였던 김풍주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한 공백이 아쉬웠던 골이었습니다.
선제골을 내주자 수비진도 무너졌습니다.
후반 18분에는 홍명보의 전진패스가 데 울프에게 걸렸고, 데 울프는 27m가 넘는 거리에서 그대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한국도 황선홍, 최순호를 앞세워 공격을 해봤지만,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기도 버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