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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통 vs 야신' 삼성-한화, 스타일도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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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통 vs 야신' 삼성-한화, 스타일도 극과 극

    '스몰 볼이냐, 빅 볼이냐' 올해 극명하게 갈리는 스타일의 야구를 펼치고 있는 김성근 한화(왼쪽), 류중일 삼성 감독. 두 팀은 올해 희생번트 최다, 최소팀이다.(자료사진=한화, 삼성)

     

    야구에서 빅 볼(Big ball)과 스몰 볼(Small ball)은 서로 대척점을 이루는 용어다. 빅 볼이 장타력 등 선수의 능력에 맞기는 스타일이라면 스몰 볼은 번트나 도루, 단타 등 세밀한 팀 플레이를 펼치는 작전 야구다.

    언제부터 이 말들이 쓰였는지는 불분명하나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 대표팀 오사다하루(왕정치) 감독이 스몰 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정교한 일본 야구가 스몰 볼이라면 화끈한 타격을 선호하는 메이저리그(MLB)는 빅 볼의 대명사 격이다.

    두 야구 강국의 영향을 받은 한국 야구도 그 즈음부터 확연하게 갈리는 두 스타일이 용호상박을 이뤄왔다. 2007년부터 2011년 중반까지 SK 왕조를 이뤘던 김성근 감독이 대표적인 스몰 볼의 주창자였다. '야구는 감독이 한다'는 지론의 김 감독은 선 굵은 야구를 지향하는 당시 한화 김인식 감독, 두산 김경문 감독,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 등과 격전을 펼쳤다.

    '스몰 볼 vs 빅 볼' 경쟁은 최근 몇 년 동안 잠잠했다. '스몰 볼'을 신봉하는 김성근 감독이 2011시즌 도중 자진사퇴한 까닭이다. 하지만 올해 김 감독이 최근 하위권을 전전했던 한화 지휘봉을 잡고 돌풍을 일으키면서 그의 작전 야구가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과연 다시 '빅 볼 vs 스몰 볼'의 전쟁이 재점화할 것인가.

    ▲희생번트 대명사 '김성근의 한화'

    작전 야구의 대표적 사례는 희생번트다. 진루타를 타자에게 맡기기보다 벤치에서 번트를 지시한다.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희생번트 1위는 단연 한화다. 63경기 75개, 경기당 1.20개 꼴이다. 2위인 LG의 경기 평균 0.66개의 거의 2배다. 지난해 한화는 희생번트가 128경기 50개로 0.39개였다. 1년 사이에 3배가 는 것이다.

    '번트의 정석' 한화 정근우가 희생번트를 시도하는 모습.(자료사진=한화)

     

    사령탑이 바뀐 까닭이다. 역시 빅 볼에 가까운 김응용 감독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김성근 감독이 대체하자 희생번트가 급증했다. 한화는 김응용 감독이 있던 2013년 희생번트 최소팀(128경기 54개)이었고, 전체 5위였던 2012년에도 경기당 0.75개였다.

    사실 김성근 감독은 SK 사령탑 시절 처음부터 희생번트가 많은 것은 아니었다. 2007년 SK는 희생번트 공동 5위, 경기당 0.69개에 불과했다. 2008년 3위로 올라섰지만 평균 0.63개였다.

    그러다 2009년 급증했다. 경기당 0.96개(133경기 128개)로 1위였다. 2위 LG(97개)보다 30개 이상 많았다. 당시 SK는 KIA와 치열한 1위 경쟁을 펼쳤다. 2010년과 2011년 SK는 희생번트가 드디어 경기당 1개(1.1개)를 넘었다. 07, 08년 2연패를 이뤘던 SK가 09년 KIA에 패권을 내준 뒤 더 치밀하게 야구를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 감독이 물러난 이후 SK는 2012년 0.89개, 2013년 0.65개, 지난해 0.71개로 줄었다. 김 감독이 재야에 있던 2012년부터 최근 3년 동안 경기당 희생번트 1개 이상 팀은 없었다. 그러다 올해 김 감독이 돌아온 한화가 경기당 1.20개의 희생번트를 대고 있는 것이다.

    ▲류중일의 삼성은 빅 볼…올해 승자는?

    올해 희생번트 최소팀은 삼성이다. 62경기에서 22개로 평균 0.35개에 불과하다. 3경기에 1개 꼴인 셈이다. 한화와는 3배 이상 적다.

    스타일의 차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번트 등 작전보다는 선수들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다. 류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2011년 희생번트가 경기당 0.55개로 김성근 감독의 SK의 절반 이하였다. 이후로도 0.68개-0.66개-0.59개로 많지 않았다.

    전력이 두터운 삼성인 까닭도 있다. 삼성은 사상 최초 400홈런의 주인공 이승엽을 비롯해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야마이코 나바로, 박한이 등 해결 능력을 가진 타자들이 즐비하다. 전인미답의 통합 4연패를 이룬 주역들이다.

    '의왼데?' 삼성은 올 시즌 희생번트 22개로 가장 적지만 포수 이지영(사진)은 10개로 개인 1위다.(자료사진=삼성)

     

    올해는 대체로 희생번트 횟수와 성적이 반비례한다. 현재 성적 1위인 NC(0.43개), 3위 두산(0.54개), 4위 넥센(0.36개) 등이 희생번트는 적다. 반면 9위 LG(0.66개), 10위 케이티(0.64개), 7위 KIA(0.62개) 등이 상대적으로 번트가 많다.

    희생번트는 타선의 강도와도 반비례다. 방망이가 센 팀은 번트를 댈 일이 적다. 팀 타율 1위 넥센(.294), 2위 NC(.284), 3위 삼성(.281) 등에 비해 희생번트 최상위권은 타율 하위권이다.

    하지만 정답은 없다. 타격이 약한 팀은 다른 방법을 찾는 게 당연하다. 때로는 몽둥이보다 바늘이 더 효과적이다. 올해 삼성은 한화에 불의의 스퀴즈 번트를 잇따라 당하면서 허를 찔리기도 했다. 삼성은 한화에 2승6패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2007년부터 스몰 볼이 득세했다면 2011년부터는 빅 볼이 승자였다. 과연 올 시즌에는 어떤 야구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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