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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메르스와 박근혜 대통령 한달 일지(日誌)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6월 20일 토요일. 메르스가 한국을 덮친 지 꼭 1달이 됐다. 5월 28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을 방문했던 첫번째 환자(68·남)가 메르스를 한국에 상륙시킨 지 한 달 만에 전 국민이 공포와 불안, 불편에 떨어야 했다.

    지난 1달을 돌아보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메르스 인재…정부가="" 놓친="" 세번의="" '골든타임'="">이라는 제목도 있고 <과소평가에 빗나간="" 예상…정부가="" 실패했다="">라는 헤드라인도 있다. 질타의 핵심은 정부의 무능이다.

    한달을 돌아본다. 일반적인 기사쓰기 양식과 형식을 달리했다. 5월 20일부터 주요 날짜를 간추렸다. 정부 반응과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및 동선 그리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의 대응을 중심으로 서술했다. 그 중 대통령의 발언이 중심이 됐다.

    발언을 중심으로 엮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메르스 사태를 진단해보기 위해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5월 20일(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중동지역에 다녀온 68세 남성 A씨가 중동호흡기질환에 감염된 것으로 첫 확인됐다고 밝혔다.

    권준욱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오른쪽)과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정부종합청사에서 메르스 관련 민관 합동브리핑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자료사진)

     

    ◇ 5월 21일(목)

    정부는 "2미터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대화해야 전염될 수 있다"며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 기준에 따라 첫 환자로 인한 격리 대상은 64명으로 한정했다.

    ◇ 5월 26일(화)

    문형표 복지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에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대면 보고를 했다. 무슨 내용을 어떻게 보고했는 지 자세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 5월 27일(수)

    메르스가 퍼진지 1주일. 감염된 누적 환자는 13명이 됐다.

    방역망이 뚫려 국제적 망신거리가 됐다. 1번 환자와 같은 병실에 있었는데도 격리조치 되지 않은 10번 환자(44)가 중국 출장을 갔다.

    정부는 중국측에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이날은 한국 메르스사에서 기록적인 날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14번 환자(35·남)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왔다. 그러나 그가 메르스 의심환자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정부는 그가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던 사실을 삼성서울병원에 알려주지 않았다.

    80명이 넘는 사람에게 메르스를 옮긴 '슈퍼.슈퍼 전파자'로부터 방역망이 뚫리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5월 28일(목)

    누적 환자수는 늘지 않았다.

    정부는 이날 처음 1번 환자와 다른 병실에 있는 6번환자(71·사망)의 감염을 설명했다. 질병본부장은 "이례적"이라는 말을 두번이나 했다. 당황했다.

    환자와 2M이상 거리만 유지하면 감염이 안된다는 정부 논리가 깨졌다.

    병원 공개 논쟁도 가열됐다. 이 와중에 병원 이름이 SNS를 타고 퍼졌다.

    ◇ 5월 29일(금)

    중국 출장간 메르스 의심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0일 최초 메르스 환자가 발생 이후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국민들이 우려와 불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개미 한 마리도 지나치지 않는 자세로 대응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6월 1일(월)

    메르스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첫번째 환자 A(68)씨와 접촉한 적이 있는 의심환자 58세 여성이 사망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다. 논의의 핵심은 국회법 개정안이었다.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대통령은 메르스 대응도 주문했다. 하지만 언론은 거부권 행사에 주목했다.

    그 사이 메르스 환자는 18명으로 늘어갔다. 자가.시설 격리자도 682명으로 폭증했다.

    ◇ 6월 3일(수)

    메르스발생 13일만에 박 대통령이 처음으로 메르스 관련 회의를 열었다.

    박 대통령은 "첫 번째 메르스 환자 확진 이후 2주간 감염자가 늘고 두 분이 사망했다"며
    "더이상 확산이 안 되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국민 불안은 커져 갔다. 209개교가 휴업 또는 휴교조치를 했다. 휴교를 두고 교육부와 복지부간 엇박자가 발생했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의 권준욱 기획총괄반장은 "일부러 학교를 휴업하는 일은 의학적으로 맞지 않다"고 교육부를 비판했다.

    누적 환자는 36명으로 늘었다.

    박원순 시장 주재 서울시 메르스 관련 대책회의 (자료사진)

     

    ◇ 6월 4일(목)

    한국 메르스사에서 전환점이 되는 날이다..

    정부는 여전히 병원 공개를 하지 않고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에서 의사인 35번째 환자(38)가 확진판정을 받았다. 14번 환자의 바이러스가 퍼졌다.

    35번 환자 동선공개를 놓고 서울시와 복지부가 하루종일 씨름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심야기자회견을 전격 소집했다. 중앙정부가 메르스 관련정보를 지방정부와 공유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재건축총회 조합원 1595명은 자가격리 조치됐다. 메르스 전쟁에서 일대 파란이 일었다.
    35번 환자의 동선 공개는 비공개로 일관한 중앙정부의 메르스 대책을 무력화 시켰다.

    중앙정부는 "박 시장이 불안감을 키운다"고 공격했다.

    ◇ 6월 5일(금)

    박 시장이 심야 회견을 연지 하룻만에 정부는 '평택성모병원' 이름을 공개했다.

    문형표 장관은 "메르스 환자가 집중 발생한 의료기관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밝혔다. 뒷북대응 비판이 유성비처럼 쏟아졌다.

    확진자는 36명으로 늘었고 평택성모병원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박 대통령은 처음으로 현장을 찾았다.국립의료원이었다..

    ◇ 6월 7일(일)

    정부는 추가로 삼성서울병원 등 24개 병원 이름도 공개했다.

    ◇ 6월 8일(월)

    박원순 시장이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면담을 가졌다. 송 원장에게 "환자와 격리자, 심포지엄 참석의사 명단을 빨리 넘겨달라"고 재촉했다..

    삼성병원은 "질병관리본부에 다 넘겼다"고 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주소와 연락처를 뺀 명단만 전해줬다"고 반박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아직도 오리무중이었다.

    삼성서울병원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져갔다.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메르스 대응 추진상황 점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박 대통령은 범정부 메르스대책지원본부를 방문했다.

    ◇ 6월 9일(화)

    국무회의가 열렸다.

    박원순 시장도 참석했다. 전국 시·도지사 회의 소집을 제안했다. 또 "삼성서울병원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며 특별한 관심을 요청했다.

    박 대통령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지방자치단체가 독자 대응하면 더 혼란에 빠진다고 일침을 가했다. 4일 심야 기자회견에 대한 불쾌감으로 이해됐다.

    서울시장에게 "삼성서울병원 사태가 왜 심각하냐"고 한 번만 물었다면 한국 메르스사는 다시 쓰였을 것이다. 그러나 기회는 오지 않았다.

    메르스 환자가 95명으로 늘었고, 1명이 숨져 사망자는 7명이 됐다.

    ◇ 6월 10일(수)

    박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스 확산세가 진정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11일 오전 국회 중동호흡기증후군 대책 특위가 보건복지부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 국민안전처 이성호 차관,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정두련 과장 등 관계부처와 메르스 발생 병원 관계자 등이 출석한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6월 11일(목)

    "(삼성서울병원이 아니라) 국가가 뚫린 겁니다"

    역시 삼성의 '입'은 거침이 없다. 삼성서울병원 감염내과 과장이 국회 메르스 대책특위에서 폭탄발언을 했다. 벌집을 쑤셨다. 정부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속은 문드러졌다.

    ◇ 6월 13일(토)

    구급차 운전사인 133번(70)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송요원인 137번(55) 환자가 확진자로 새로 밝혀졌다. 주말이었지만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 6월 14일(일)

    제2의 진원지가 된 삼성서울병원이 결국 부분 폐쇄 됐다. 정부로부터 '성역'처럼 버텨오던 삼성병원이 사실상 '통제 불능'을 선언했다.

    송재훈 원장은 "전적으로 저희 책임이고 불찰"이라고 또 머리를 조아렸다.

    박 대통령은 메르스 환자 치료병원과 동대문 상가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메르스 대응을 철저하게 하고 있어서 안심하고 와도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머리핀 1개와 머리끈 2개, 원피스 2벌도 구매했다.

    누적 환자수는 150명을 기록했다.

    ◇ 6월 17일(수)

    " 현재 보건당국에서 삼성병원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죠" 박 대통령이 17일 오후 1시 58분 보건복지부에서 문형표 장관에게 물었다.

    박 시장이 국무회의에서 "삼성병원이 심각하다"고 진언한지 8일만이었다. 상황은 악화될대로 악화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17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을 방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대통령은 "국가가 뚫렸다"고 비판한 삼성서울병원의 송재훈 원장도 소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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