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은 V-리그 남자부 7개 팀 가운데 6개 팀 감독과 스승과 제자로 만난 경력이 있는 만큼 제자들의 선전을 바라면서도 자신이 지휘봉을 물려준 임도헌 감독의 삼성화재가 우승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자료사진=발리볼코리아닷컴)
"모두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우승은 삼성화재가 해야죠."
삼성화재와 우리카드의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조별리그’가 열린 12일 청주 실내체육관. 벤치가 아닌 관중석 중앙의 본부석에 앉아 코트 안에서 경기하는 선수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는 이가 있었다. 바로 신치용 삼성화재 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아직은 단장보다는 감독이라는 직함이 익숙한 신치용 단장의 눈은 여전히 코트를 향했다. 선수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여전히 예의 주시했다. 다만 가만히 자리를 지키며 선수들의 움직임을 관찰할 뿐이었다. 선수보다는 임도헌 감독의 모습을 지켜보는 듯했다.
그는 매 세트가 끝나면 조용히 자리에 앉아 기록지를 찬찬히 살폈다. 결과는 삼성화재의 3-1 승리. 하지만 신 단장은 기뻐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동작도 없었다. 그저 임도헌 감독과 선수들의 경기를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침착한 신치용 단장과 달리 임도헌 감독은 다소 흥분한 모습이었다. 입고 있던 정장 재킷은 1세트부터 벗었고, 심판의 판정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자신의 감독 데뷔전이지만 아직 모든 것이 어색한 모습이었다.
이 모두를 지켜본 신치용 단장은 “멀리서 보니 밑에 있을 때보다 더 잘 보인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1995년 삼성화재의 초대 감독을 맡아 국내 최고의 팀으로 조련한 그는 이제 배구뿐 아니라 축구와 농구 등 다른 종목까지 총괄 담당하는 단장을 맡았다. 그래서 경기뿐 아니라 운영까지 모두 책임져야 하는 책임자다.
신 단장은 “감독은 코치와 달리 모든 결정에 책임을 져야 한다. 특히 선수를 읽어야 한다. 보이는 부분은 쉽지만, 안 보이는 부분까지 읽어야 하니까 어렵다”면서 “임도헌 감독이 처음이라 조금 더 차분하게 해야 한다. 처음이라 조급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승패를 경쟁해야 하는 감독이 아닌 단장으로 올라선 덕에 신치용 단장은 자신의 제자들과 조금 더 마음 편하게 만날 수 있게 됐다고 털어놨다. 임도헌 감독은 물론, 신영철 한국전력 감독,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 김상우 우리카드 감독,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까지 삼성화재나 국가대표팀에서 ‘스승’과 ‘제자’ 또는 ‘감독’과 ‘코치’로 만났다. 유일하게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과는 인연이 없다.
스승의 입장에서 신치용 단장은 제자들에게 밥 한 끼 사겠다고 약속했다. “제자들이 모두 다 잘됐으면 좋겠다”는 그는 “멀리 보고 차분하게 해야 한다. 지나고 보면 더 잘할 수 있었는데 하는 후회 없도록 해야 한다. 컵 대회가 끝나면 제자들이랑 다 같이 밥 한번 먹으면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이제는 감독이 아니니까 마음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할 수 있다”고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