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투자자들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해외에 투자했던 자금을 급속도로 거둬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에서도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과 채권을 팔아치우고 있어 미국계 투자 자금의 이탈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국제금융센터와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미국계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에 투자했던 자금을 순회수(회수-투자)한 규모는 1천74억 달러로 집계돼 5개월간 1천억 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계 투자자들은 작년 1년간 1천317억 달러의 해외 채권 투자액를 회수해 연간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는데, 올해는 불과 5개월간 작년 1년치의 82%를 거둬들인 것이다.
미국계 투자자들은 작년 8월부터 올 5월까지 10개월 연속으로 해외 채권 투자금을 회수하고 있는데 그 규모가 2천246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계 투자자들의 해외 채권 순회수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직후인 2008년 7월∼12월엔 946억 달러, 유럽 재정위기가 발생한 2011년 11월∼2012년 8월 사이엔 1천67억 달러 수준이었다.
이런 현상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 등으로 미국의 금리 메리트가 커진 반면 달러화 강세로 해외 채권에 투자할 유인은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된다.
미국과 유럽 등 다른 국가 간 금리 격차는 계속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미국과 독일의 10년물 국채금리 스프레드는 2012년 말 0.44%포인트에서 2013년 말 1.10%포인트, 2014년 말 1.63%포인트로 커졌다.
더구나 미국 연준이 올해 내에 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계 투자자들은 해외 주식에 대해서는 2013년 1천742억 달러, 2014년 1천57억 달러에 이어 올 들어 5월까지 640억 달러 규모의 순투자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주식과 채권을 합친 미국계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3년까지 순매수 기조였다가 2014년 259억 달러 순매도로 돌아섰고 올해도 5월까지 순매도 규모가 434억 달러로 확대됐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미국계 투자자들의 외국채권 회수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통화정책 완화 기간에 풀렸던 달러화 유동성의 회수가 이미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한국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6월 한 달 동안 5천61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시장에서도 국내 상장주식 3천89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는 등 매도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에선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투자 등으로 달러가 밀려들어와 원화가 급격한 절상 추세를 보였으나 최근엔 원/달러 환율이 단기에 급등하는 등 불과 몇 달 만에 상황이 반대로 돌아서는 모습이다.
한국 시장에선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와 상당한 수준의 외환보유고 등으로 유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지만 급격한 쏠림 현상은 자본시장의 변동성과 불안감을 키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9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때까지는 외국인 단기투자자들이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금리 인상으로 신흥시장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상황이 안정적인 나라는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