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희애가 29일 오후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SBS 새 월화드라마 '미세스 캅'은 '워킹맘'인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의 이야기다. 배우이자 어머니인 김희애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경찰만큼 거친 직업은 아닐지라도, 대한민국에서 여성 배우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김희애가 '미세스 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오로지 '경찰 아줌마' 최영진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었다. 50대를 향해 가는 배우, 특히 여성 배우가 작품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한정돼 있다는 것.
그는 29일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듣도 보도 못한, 욕심나는 캐릭터였다. (드라마나 영화 속) 형사들은 대부분 남성이고, 나이 많은 아줌마가 현장에서 총 들고 뛰어다니는 것이 신선했다"면서 "제 나이 여배우는 역할 선택의 폭이 한정적이다. 한 사람으로 바로 설 수 있는 역할을 맡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밝혔다.
생애 첫 '경찰' 역할에 도전하면서 배우의 화려함은 잠시 내려놓았다.
김희애는 "(촬영을 하다 보면) 땀 범벅이 되기도 하고, (역할 상) 화장을 거의 할 수 없다. '가짜'처럼 보이면 시청자들이 드라마에 빠지지 못할 것 같았다"며 "정말 고민이 많았고, 대중들이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러면 여기까지'라고 생각하고 체념하니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연기를 위해 액션 스쿨에 다니며 6시간 씩 수업을 받기도 했다.
김희애는 "도와주는 분도 있고, 액션 스쿨도 다녔는데 쉽지 않았다. 이번 작품만 끝나면 말로만 하는 연기를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액션이라는 장르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액션 장르를 하는 모든 분들을 존경하게 됐다. 두 세 배는 더 힘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래 배우 생활을 할수록 감사함은 커져 간다.
김희애는 "배우라고 느낀 것이 최근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탤런트'라고 생각하면서 살았다. 얼마나 철이 없었는지 모른다. 점점 시간이 지나면서 제가 이 직업을 잘 선택했구나 하는 감사함을 느낀다. 이제 배우가 나라는 것을 인지하고 생활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늘고 길게 가는 것이 목표다. 불러만 주신다면 작은 역할이라도 80세까지.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얼마나 선택받은 운명인 것인지를 점점 느끼게 된다. 끝까지 오래 가는 게 목표다"라고 덧붙였다.
어머니인 자신을 두고는 '빵점'으로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