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연세대와의 결승전에서 풋백 덩크를 시도하고 있는 고려대 이종현 (사진 제공/대학농구연맹)
고려대 이종현(206cm)과 연세대 최준용(203cm)은 경복고에서 한솥밥을 먹은 친구다. 2013년에는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나란히 입기도 했다. 대학 무대에서는 라이벌로 뛰고 있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사이다.
31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1회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결승전.
최준용이 1쿼터 중반 부상을 당했다. 돌파 과정에서 고려대 강상재와 충돌한 뒤 목과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코트에 쓰러졌다. 한동안 경기가 중단됐다.
이종현은 상대팀 선수지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최준용을 바라봤다. 최준용이 일어나 벤치를 향해 걷기 시작하자 양팀 선수 중 가장 먼저 다가가 "괜찮아?"라고 물은 선수도 이종현이었다.
이처럼 둘의 우정은 남다르다. 그러나 코트 안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 관계다.
최준용은 부상 여파 탓인지 2쿼터 중반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고려대가 치고 나갔다. 스코어가 34-15까지 벌어졌다.
최준용이 나섰다. 최준용은 2쿼터 종료 5분9초를 남긴 시점부터 약 1분30초 동안 9점을 몰아넣었다. 속공과 3점슛, 풀업 점퍼까지 다양한 스킬을 뽐냈다.
연세대는 최준용의 활약에 힘입어 31-39, 8점 차로 점수차를 좁힌 채 전반전을 마쳤다.
최준용이 뜨거웠다면 이종현은 차분하면서도 꾸준했다. 1대1 공격 기회를 놓친 경우가 잦았지만 꾸준히 득점을 올렸고 수비에서는 단연 압도적인 위력을 자랑했다.
박인태를 비롯한 연세대 빅맨들은 고비 때마다 이종현의 블록슛에 가로막혔다. 연세대 가드들 역시 돌파 후 이종현의 높이를 의식해 정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고려대는 3쿼터 들어 점수차를 다시 두자릿수로 벌렸으나 4쿼터 때 문성곤과 강상재가 연거푸 5반칙 퇴장을 당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종료 5분51초를 남기고 고려대가 59-52로 근소하게 앞서갔다.
연세대의 막판 반격은 대단했다.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차남 허훈의 맹활약이 시작되면서 종료 50.9초를 남기고 63-60, 점수차가 3점으로 좁혀졌다.
그러나 큰 경기에서 연세대를 상대로 거의 패하지 않았던 고려대의 집중력이 한수위였다.
고려대는 종료 29.6초를 남기고 1학년 포워드 전현우의 공격리바운드에 이은 득점으로 한숨을 돌렸다. 이후 상대의 반칙작전으로 얻은 자유투 4개를 최성모가 침착하게 성공시켜 승기를 굳혔다.
결국 고려대의 69-65 승리로 대회는 막을 내렸다. 고려대는 10년 만에 이 대회 결승에 진출한 연세대를 따돌리고 3년 연속 우승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