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허훈 (사진 제공/대학농구연맹)
연세대 가드 허훈(20, 181cm)은 시상식이 열리는 내내 어두운 표정을 풀지 못했다. 숙명의 라이벌전에서 또 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막판 불꽃 같았던 추격전을 이끈 주역이었다. 그래서 아쉬움이 더 컸다.
허훈은 31일 오후 경상북도 경산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31회 MBC배 전국대학농구대회 고려대와의 결승전에서 16점 4리바운드를 올리며 분전했지만 승부는 고려대의 69-65 승리로 끝났다.
비록 졌지만 허훈의 분전은 놀라웠다. 4쿼터에서만 11점을 몰아넣어 고려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속공을 주도했고 중거리슛도 불을 뿜었다.
허훈은 '농구 대통령'으로 불렸던 허재 전 전주 KCC 감독의 차남이다. 승부사 기질이 발휘된 4쿼터 활약만큼은 아버지의 현역 시절 모습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했다.
연세대로서는 초반 부진이 아쉬웠다. 1쿼터는 연세대가 11-23으로 뒤진 채 끝났다. 2쿼터 한때 12-32, 20점 차로 뒤졌다. 4쿼터 막판 점수차를 3점까지 좁혔지만 끝내 승부를 뒤집지 못했다.
허훈은 "1쿼터 때 우리가 연습한대로 하지 못했다. 나 자신한테 억울했다. 1쿼터에 더 잘할 수 있었는데…"라며 "3-4쿼터에서의 경기력으로 1-2쿼터를 풀어나갔어야 했는데 초반에 흔들린 것이 끝까지 간 것 같다"며 아쉬워 했다.
4쿼터 활약이 인상적이었다는 취재진의 말에 허훈은 "상대의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우리가 달리기는 위다 보니까 또 쫓아가는 입장이니까 고려대가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자신있게 했던 것 같다. 의지가 솟았다"고 말했다.
연세대는 고비 때마다 고려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 센터 이종현이 버티는 고려대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학농구 최강이다. 그러나 연세대는 은희석 감독이 부임한 작년부터 전력이 나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명승부가 펼쳐진 이 대회 결승전만큼 치열한 하반기 경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