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화면 캡처
"(병환 중인) 아버지가 악성댓글 보고 상처받으실까봐 선뜻 섭외에 응하지 못했어요."
지난 6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복면가왕'(이하 복면가왕)에서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이름으로 무대에 오른 종합격투기 선수 서두원(34)이 가면을 벗고 한 말이다.
서두원은 이날 케이윌의 감성발라드 '그립고 그립고 그립다'를 감미로운 목소리로 소화했다. 그의 정체가 밝혀지자 판정단은 일제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케이지 위의 터프한 모습이 상상이 안 될 만큼 그의 목소리는 달콤하고 부드러웠다.
서두원은 예전부터 노래 잘하는 파이터로 유명했다. 과거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합창단'에 출연해 노래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복면가왕' 제작진 역시 그에게 수 차례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돌아온 건 "출연하기 힘들다"는 답변 뿐.
그는 이날 노래를 마친 후 손등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리고 그동안 섭외를 거절했던 이유를 털어놓았다.
서두원은 "처음 섭외를 받았을 때 아버지가 병환 중이었다. 큰 아들로서 모시고 있었는데, 두 달 전 돌아가셨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어 "아버지가 경기 영상은 잘 안 보셨는데, 제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면 챙겨 보셨다. 특히 '복면가왕'을 좋아하셨다. '너도 저기 나가면 1라운드는 통과하지 않겠냐'고 하시길래 '가왕도 될 수 있다'고 얘기하곤 했다"고 웃었다.
그는 "제가 (복면가왕에) 나가면 가수들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처럼 비춰질 것 같았다. 아버지가 인터넷으로 제 이름을 자주 검색하시는데, 악성댓글 보시면 상처받으실까봐 출연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서두원은 그동안 '격투기 선수가 무슨 예능에 출연하냐'는 무차별적 악성댓글에 시달려왔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가 별세했다는 소식이 알려졌을 때도 그의 처지를 조롱하는 댓글이 멈추지 않았다.
아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했던 아버지. 하지만 서두원은 악성댓글 때문에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야 '복면가왕' 무대에 설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