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중앙위원회의에서 혁신안이 가결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skynamoo@cbs.co.kr)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 혁신안이 16일 중앙위를 통과하면서 문재인 대표는 재신임 1차 관문을 넘었다.
주류, 비주류간 첨예한 갈등을 빚었던 혁신안이 통과되지 않았을 경우 문 대표가 대표 직을 내놔야 할 상황이었다.
이제 두번째 관문인 국민여론조사와 전당원투표를 통한 재신임 평가가 남았다.
이에 대해 문 대표는 이날 혁신안 통과 직후 "추석 전까지 마무리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씀을 드렸고 그 점에 대해서는 단합과 통합을 위하는 일인만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혁신안 통과에도 재신임 투표에 대한 문 대표의 입장은 바뀌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당 내에선 비주류 뿐 아니라 중도 성향의 의원들까지 대부분 이에 반대하고 있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당내 혼란이 가중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문 대표가 재신임을 받지 못하면 총선을 7개월 앞두고 갑작스런 지도부 공백상태를 맞게 된다. 재신임을 받아도 이후 문 대표가 권한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비주류 측의 반발이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당내에선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철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혁신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재신임 카드를 고수할 이유가 적어졌다"며 "문 대표가 선출직공직자평가위 등 공천관련 기구를 구성해 놓고, 통합 차원에서 별도의 기구를 구성하면서 대표 권한을 내려 놓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물론 문 대표가 재신임을 묻겠다고 수차례 공언한 상황이어서 스스로 이를 물리기는 어렵다. 문 대표가 입장을 바꿀수 있는 건 두가지 외부 변수다.
우선 전날 안철수 의원과 만나 재신임 문제에 대해 추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안철수 변수'다.
안 의원은 당의 갈등이 더 심화된다는 이유로 재신임 투표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두 사람이 추가 논의하는 과정에서 문 대표는 재신임 카드를 철회하고, 대신 문 대표가 제안한 '희망스크럼'(대권주자 협의체)이나 이종걸 원내대표가 제안한 통합추진기구에 안 대표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안 의원 측 인사는 희망스크럼 제안에 대해 "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포기하고, 안 의원이 제안한 혁신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기구를 만드는 방안은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재신임을 받은 후 무슨 조직을 구성해 참여하라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밝혔다.
안 의원과 김 전 의원이 재신임 카드에 반대한 이유는 문 대표가 재신임 이후에 만든 기구는 당연히 문 대표 중심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즉, 문 대표도 권한을 상당부분 내려놓고 수평적 기구를 만들자는 뜻이다.
재신임 카드의 또다른 변수는 중진의원들이다. 앞서 중진의원 17명은 문 대표에게 재신임 추진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지만, 문 대표가 거절하면서 시기만 16일(결과발표)에서 추석 이전으로 늦췄다.
당시 문 대표는 "저에게 가장 불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의원들이 더 합리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때는 재신임 방법에 대한 제안을 받겠다는 것이었지만, 중진의원들의 애초 의견대로 재신임 철회를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박병석 의원은 "재신임 문제에 대해 중진의원들과 논의해 볼 계획"이라고 했다.
문 대표 주변에서도 재신임 카드에 대한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한 친노그룹의 의원은 "재신임 카드가 당내 갈등을 더 심화시킨다고 하면 이에 대해 재검토해볼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의원은 "비주류에서 문 대표의 사퇴를 거론하지 않으면, 재신임을 물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