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사진=자료사진)
교육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해 23일 고시한다. 논란이 됐던 초등학교 한자 병기 여부는 일단 내년말까지 결정을 미뤘다.
하지만 역사 과목의 국정화 여부를 포함한 '교과서 구분 고시'가 곧 뒤따를 예정인데다, 이미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과 교육단체들이 개정 자체에 반대해온 만큼 후폭풍이 예상된다.
◇ "학습량 14% 줄였다"…수능 개편안은 2017년 확정김재춘 차관은 22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현 정부의 '6대 교육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 교육과정은 전국 초중고교에 2018년부터, 국정 과목의 경우 2017년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된다. 또 새 교육과정에 맞는 수능 개편안은 2017년에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개정 교육과정은 먼저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등 문이과 공통 과목을 신설하는 한편, 교과별 핵심 개념과 원리를 중심으로 학습 내용을 적정화했다.
앞서 진행된 두 차례의 영역별 공청회에서 공개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지금보다 학습량을 14% 줄였고, 국영수와 한국사 등 기초교과 영역의 이수 단위가 50%를 넘지 못하게 했다"는 게 교육부측 설명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1~2학년에 한글교육이 강화되고 체험 중심의 '안전한 생활'이 주당 1시간 편성됐다.
중학교엔 한 학기간 지필고사 없이 진로체험 활동 등에 전념하는 '자유학기'가 내년부터 전면 도입되고, 소프트웨어 교육 중심의 '정보' 교과가 필수 과목으로 지정됐다.
고등학교의 경우 1학년때 '공통 과목'을 통해 기초소양을 배운 뒤, 2학년부터 적성과 진로에 따라 '선택 과목'을 통해 심화 교육을 받도록 했다. 특성화고의 경우 산업수요와 연계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교육과정'이 2016년부터 실무 과목에 우선 적용된다.
황우여 장관은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교과서 개발 계획, 교원연수 실시 및 대입제도 개선 방안 등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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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 교육감 등 "졸속 개정" 반발…현장 혼선 불가피하지만 이번 개정 교육과정을 놓고 '졸속'이란 비판도 꾸준히 제기돼온 만큼, 후속 갈등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학부모단체들은 지난 11일 황 장관을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교육부가 교육과정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면서 일정이나 주요 내용 등 고지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추진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전국 14개 시도 교육감도 지난 17일 낸 공동 성명에서 "일방적이고도 근시안적인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만큼, 교육 현장에서의 혼선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교육감들은 "교육과정에 대한 깊은 철학이나 장기적인 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2011년 개정된 교육과정 적용마저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정부가 충분한 논의도 없이 조급하게 밀어붙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 초등 한자 병기는 내년말 결정키로…시민단체 "철회해야"교육부가 당초 이번 개정을 통해 도입하려던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 문제도 여전히 '불씨'로 남아있다. 교육부가 내년말까지 결정을 유보했지만, '최종 철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내년말까지 정책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한자 병기를 도입하게 되면 초등 5~6학년에 적용되는 시기는 2019년이기 때문에 논의할 시간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초등 5~6학년 교과서에 300~600자를 수록하는 게 적정하다고 제시하면서, 교과서 각주나 날개에 한자를 제시하는 방식에 방점을 찍었다. 본문에 바로 괄호를 쳐서 병기할 경우 학습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교육계와 시민단체들은 급한 불만 끄겠다는 '꼼수'로 대처할 게 아니라, 한자 병기 방침을 분명하게 철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교조 진영효 참교육실천위원회 정책국장은 "한자 병기 추진은 사교육 업체나 유관단체의 오랜 작업 결과일 뿐"이라며 "한자 교육이 필요하고 강화돼야 한다면 중고등학교 때 시켜도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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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대 불씨는 '역사 국정화'…여권내 갈등 양상도
무엇보다 가장 큰 논란거리는 역시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여부다. 교육부는 개정 교육과정을 고시한 현 시점까지도 "국정화 문제는 결정된 게 없다"며 여전히 상황만 저울질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에 확정된 교육과정을 바탕으로 교과서 구분에 관한 행정예고를 하게 된다"며 "이로부터 20일 이후 고시를 하게 되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RELNEWS:right}
일각에서는 여론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여권이 '국정화 카드'를 접고 노동법 개정에 화력을 집중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화' 의지가 워낙 강한 만큼 결국 강행할 것이란 시각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복심'으로 여겨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4대 부문(노동·금융·공공·교육) 개혁 중 교육 부문이 미흡한 것 같다"며 "국민들이 보기엔 너무 속도가 늦은 게 아닌가 싶다"고 했다.
국정화 여부를 놓고 막판까지 고심중인 황 부총리를 겨냥한 박 대통령의 의중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