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이후 MVP급 타자로 변신한 정의윤.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메이저리그와 달리 KBO 리그에서는 트레이드가 잦지 않다. 아무래도 팀이 적다보니 전력 강화보다 전력 유출을 우려하는 팀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제10구단 케이티가 전력 강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트레이드에 나서면서 다른 팀들도 태도가 바뀌었다.
덕분에 올해 6건의 트레이드가 발생했다. 특히나 여러 명의 선수를 맞바꾸는 대형 트레이드도 자주 일어났다. 트레이드가 모두 이익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부상 등의 다양한 변수도 있다. 물론 미래를 보는 트레이드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올해의 성적으로만 트레이드 6건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보려 한다.
▲4월8일 넥센↔한화(허도환, 이성열↔양훈)당시 한화는 대타 요원과 포수가 필요했다. 조인성이 부상에서 복귀하지 않았을 때라 베테랑 포수 허도환을 데려왔다. 이성열 역시 넥센에서는 기회를 얻지 못했지만, 최근 2년 동안 두 자리 홈런을 때린 한 방이 있는 타자다. 넥센이 데려간 양훈은 군복무를 마치고 올해 복귀했다.
출발은 한화가 좋았다. 이성열은 초반 선발로 나섰고, 허도환도 백업 포수 역할을 잘 소화했다. 반면 양훈은 6월에서야 처음 마운드에 올랐고, 2경기 등판 후 8월12일 다시 공을 던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웃은 것은 넥센이었다. 이성열은 한화에서 97경기에 뛰며 타율 2할5푼1리, 9홈런을 기록했다. 허도환은 61경기 타율 1할7푼6리에 그쳤다. 9월 중순까지 불펜으로 뛴 양훈은 9월말 선발 전환 후 3경기에서 모두 5이닝 이상 1실점 이하 호투를 펼치며 포스트시즌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양훈의 성적은 16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1.41.
올해로만 본다면 분명 넥센의 이익이 많은 트레이드였다.
▲4월20일 케이티↔LG(이준형↔윤요섭, 박용근)막내 케이티가 드디어 트레이드 시장에 뛰어들었다.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던 케이티는 유망주 이준형을 내주고 LG에서 기회를 잡지 못한 윤요섭, 박용근을 영입했다.
박용근은 부상으로 27경기 출전에 그쳤지만, 윤요섭은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73경기에서 타율 2할6푼2리, 9홈런을 기록했다. LG 유니폼을 입은 이준형은 이적 후 3경기에서 2패 평균자책점 4.91에 그쳤다. 케이티로서는 미래를 내줬지만, 현재의 이익을 선택한 트레이드였다.
트레이드로 강민호 백업에서 벗어나 주전 자리를 꿰찬 장성우. (사진=케이티 위즈 제공)
▲5월2일 케이티↔롯데(박세웅, 이성민, 조현우, 안중열↔장성우, 윤여운, 최대성, 이창진, 하준호)결국 막내가 대형 사고를 쳤다. 5월2일 밤 롯데에 4명의 선수를 내주고, 5명을 받아들이는 대형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박세웅, 이성민, 안중열 등 유망주들을 내주는 대신 장성우, 최대성, 하준호 등 곧바로 뛸 수 있는 선수들을 데려왔다.
효과는 만점이었다. 롯데에서 22경기 2할4푼5리에 그쳤던 장성우는 이적 후 주전 자리를 꿰차더니 110경기에서 타율 2할9푼, 9홈런을 쳤다. 하준호 역시 케이티에서 67경기 타율 2할7푼3리를 기록하며 외야 한 자리를 차지했다. 부상으로 이탈한 최대성이 아쉽지만, 트레이드는 대박이었다.
롯데도 손해만 본 것은 아니다. 트레이드 핵심이었던 박세웅이 날개를 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이성민이 50경기 5승5패 4세이브 평균자책점 3.90으로 허리를 지탱했다. 안중열도 시즌 막판 강민호의 백업 역할을 100% 수행했다.
▲5월6일 한화↔KIA(유창식, 김광수, 노수광, 오준혁↔임준섭, 박성호, 이종환)이번에도 한화가 칼을 꺼내들었다. 7억원 계약금을 받고 입단한 최고 유망주 유창식을 내보내는 결단을 내렸다.
KIA로 떠난 유창식은 올해도 터지지 않았다. 한화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못낸 유창식은 이적 후 18경기(선발 7회)에서 6패 평균자책점 7.46으로 부진했다. 대신 김광수가 39경기에서 4승4패 평균자책점 4.43으로 전천후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부상 때문에 손해를 봤다. 임준섭이 6경기 평균자책점 0.00, 이종환이 31경기 타율 3할1푼을 기록했지만, 부상으로 시즌을 접었다.
▲6월21일 케이티↔NC(용덕한↔홍성용, 오정복)케이티는 여전히 즉시 전력감이 필요했다. NC는 백업 포수를 원했다.
케이티는 오정복의 가세로 하준호의 부상 공백을 메웠다. 이적 첫 경기부터 홈런을 치는 등 66경기에서 2할5푼9리, 5홈런을 기록했다. 홍성용도 39경기에서 4패 평균자책점 3.86을 찍으며 케이티 불펜에 힘을 보탰다.
NC도 용덕한을 잘 활용했다. 주전 포수 김태군이 버틴 가운데 백업으로 나선 용덕한은 49경기에서 타율 3할을 기록했다. 본업인 수비에서도 김태군을 잘 뒷받침했다.
▲7월24일 SK↔LG(진해수, 여건욱, 임훈↔정의윤, 신재웅, 신동훈)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는 트레이드였다. 최정이 부상으로 들락날락하던 SK는 5강 진출을 위해 오른손 거포가 필요했다. LG는 테이블 세터 자원을 원했다. 결국 3대3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올해 마지막 트레이드였다.
일단 SK는 트레이드와 함께 와일드카드 결정전 티켓을 손에 넣었다. 정의윤 덕분이다. LG에서 32경기 2할5푼8리가 전부였던 정의윤은 이적 후 59경기에서 3할4푼2리, 14홈런 맹타를 쳤다. SK 타선도 시너지 효과를 얻었다. 결국 9~10월 팀 홈런 1위에 오르며 가을야구에 나서게 됐다. 신재웅도 32경기 8홀드를 기록하며 SK 허리를 지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