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포인트 포워드예요' 올 시즌 프로농구 도움 1위를 달리고 있는 모비스 함지훈(12번)이 지난 시즌까지 동료였던 삼성 라틀리프의 수비에 패스를 하는 모습.(자료사진=KBL)
모비스 함지훈(31 · 198cm)의 포지션은 현재 포워드다. 그러나 센터로 분류될 때도 있었다. 2007-08시즌 프로농구(KBL) 데뷔 이후 줄곧 모비스의 골밑을 지켜왔다.
하지만 올 시즌 함지훈은 가드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가드의 영역인 도움에서 당당히 1위를 달리고 있는 까닭이다.
함지훈은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동부와 원정에서 무려 12개의 도움을 올리는 맹활약으로 80-76 승리를 이끌었다. 15점 8리바운드로 본업에도 충실했지만 주전 가드 양동근(5점)보다 도움이 2배나 많을 만큼 부업에도 힘썼다.
이날 12도움을 추가한 함지훈은 10경기 평균 6.4개를 기록했다. 이 부문 2위 양우섭(LG)의 4.25도움보다 2개 이상 많다.
이 기세라면 역대 최장신 도움왕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지금까지 도움왕은 강동희 전 동부 감독, 이상민 삼성 감독, 김승현(은퇴), 양동근 등 180cm 안팎 가드들의 전유물이었다.
딱 한번 가드 외 선수가 도움왕에 오른 적이 있다. 2011-12시즌 크리스 윌리엄스(당시 오리온스)가 평균 6.02개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월리엄스는 함지훈과 같은 198cm로 득점, 리바운드까지 다재다능했다. 만약 함지훈이 도움왕에 오른다면 역대 최장신 타이가 된다.
▲가드로 농구 시작, 센스는 어디 가지 않았다
함지훈은 농구를 처음 접한 초등학교 시절 가드였다. 그러다 키가 커지면서 포워드와 센터 등 빅맨 역할을 했다.
그러나 패스 센스가 어디 간 게 아니었다. 특유의 엉덩이 힘으로 상대를 골밑으로 밀어붙이다 보면 더블팀이 오는데 이때 함지훈으로부터 파생되는 패스에 득점이 많이 생긴다. 도움이 많은 이유다.
이를 눈여겨 본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올 시즌 전 "함지훈에게 가드를 맡길 생각"이라며 농반진반 말하기도 했다. 팀 주축 양동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배려기도 하지만 함지훈의 패스 감각이 팀 전력에 도움이 되는 까닭이다.
함지훈의 활약에 모비스는 1라운드 양동근의 국가대표 차출 공백에도 상위권을 달렸다. 14일 승리로 모비스는 동부(4승8패)를 3연패로 몰아넣으며 최근 4연승, 2위를 달렸다. 1위 오리온(10승1패)와는 3경기 차로 뒤져 있고, 공동 3위 그룹에는 1경기 차로 앞서 있다.
과연 함지훈이 토종 최초 가드 외 포지션의 어시스트왕이 될 수 있을까. 특히 모비스는 조직력이 뛰어난 팀이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올 시즌 가드들이 분발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