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가(家) 형제가 다시 한 번 '막장의 끝'을 보여줬다.
16일 형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측과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측은 아버지인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숙소 겸 집무실인 롯데호텔 34층 '관할권'을 놓고 볼썽 사나운 싸움을 벌였다. 일반 투숙객들도 머무는 일류 호텔에서 1시간 동안 형제 측근들이 '실랑이'를 벌이면서 지난 1차 경영권 분쟁보다도 더 유치한 '진흙탕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발단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긴급기자회견을 한 뒤 한 인터넷 언론사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의 보고 내용 등을 공개한 것이었다. 이후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을 통제한다고 발표했다. 롯데의 명분은 신 총괄회장의 신변보호였지만, 신 전 부회장 측은 자신들의 활동에 제약을 하고 있는 것으로 봤다.
그러자 신 전 부회장 측이 강하게 반발했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이 자신의 집무실에 대한 출입 통제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을 담은 통고서를 언론에 공개했다. 신 회장에게 집무실에 배치된 롯데 직원들을 해산하고 CCTV를 철거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자신을 '불법 감금'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도 했다.
신동빈 회장에게는 별도로 "통고서 내용대로 시행해주길 바라며 오늘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아버님 거소(거처)인 롯데호텔 34층의 관리를 내가 총괄할 예정이니 그리 알기 바란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작성했다.{RELNEWS:right}
신 전 부회장 등은 직접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집무실을 찾아 신동빈 회장에게 통고서와 통지서를 직접 전달하겠다고 한 것. 롯데 관계자들이 이들을 막아서며 양측은 1시간 여 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당사자에게 전달할 수 없다면 전달해 줄 담당자라도 나오라"고 요구했고, 롯데는 "우편으로 받겠으니 나가달라", "퇴거 명령 3번을 해도 안 나가면 주거침입"이라고 맞섰다.
결국 신 전 부회장 측은 내용 증명에 따라 오후 4시에 신 총괄회장 집무실에 찾아가 경비 인력 교체를 요구했다. 이에 롯데가 물리적 상황을 우려해 한발 물러나며 상황은 종결됐다. 이 과정에서 언론에 나타나지 않았던 신 총괄회장이 직접 기자들과 만나 자신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경영은 장남이 하는게 맞고, 건강 상태에 대해서도 "좋다"고 직접 말한 것이다.
롯데는 소진세 대외협력단장이 기자회견을 통해 그룹의 공식적인 입장을 전했다. '불법 감금'이라는 신 전 부회장 측의 주장에 대해 "고령의 총괄회장의 신변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제 3자 출입을 통제했을 뿐 총괄회장 거처의 출입을 제한하거나 가족들의 방문을 통제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신 총괄회장의 통고서에 대한 내용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현재 신 총괄회장의 비서는 총괄회장이 직접 선택한 분이며, 총괄회장의 거처에 설치된 CCTV는 수년 전에 총괄회장의 지시에 따라 설치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신 전 부회장 측에 대한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했을 뿐더러 일방적인 통고서와 함께 사전 협의도 없이 불시에 호텔에 와 다수의 투숙객이 이용하는 호텔의 영업을 방해하는 등 논란을 조성했다는 비판이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을 향해 롯데가 한 개인이나 일가가 소유한 사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소모적 논란을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이렇게까지 아버지의 '건강'과 '거처'를 두고 두 형제가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는 것은 신 전 부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의 명분을 전적으로 '아버지의 명예 회복'에 기대고 있어서다. 그런데 1차 경영권 분쟁에서 롯데그룹을 장악한 신 회장이 아버지에 대한 접근권까지 제한하자, 아버지로부터 각종 계획 승인을 받아야 하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 집무실에 대한 관할권을 빼앗아 오는 정공법을 썼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