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시련은 없어요' NC 박민우(오른쪽)가 21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승리가 확정된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잠실=NC 다이노스)
'공룡 군단' NC의 가을야구 기세가 무섭다. 출발은 불안했지만 방망이가 화끈하게 부활하며 창단 첫 우승이 가시권에 들었다.
NC는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16-2 대승을 거뒀다. 역대 PO 최다 점수 차 승리다.
베테랑 선발 손민한이 5이닝 2실점(1자책)의 관록투를 뽐냈다. 40세 9개월 19일, 역대 최고령 포스트시즌(PS) 선발 등판과 승리 투수의 기쁨까지 누렸다.
무엇보다 타선이 폭발했다. 이날 NC는 장단 19안타를 몰아쳤고, 볼넷도 8개나 얻어냈다. 1차전 무득점, 2차전 2점에 그친 NC는 3차전 1경기에서만 앞선 두 경기의 8배 점수를 냈다. 그야말로 대폭발이었다.
1, 2차전과는 180도 달라진 모습이었다. 1차전에서 NC는 3안타 빈공에 시달렸다. 완봉 역투를 펼친 상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구위도 좋았지만 타자들의 몸이 무거웠다. 2차전도 6안타를 때렸지만 상대 폭투에 의한 1점을 빼면 아쉬운 방망이었다.
그러던 NC 타선은 3차전에서 비로소 거대 공룡의 위용을 되찾았다. 올해 18승 투수 유희관과 노경은, 함덕주 등 두산 필승조는 NC의 화력을 당해내지 못했다. 9회는 백업 자원 최재원과 노진혁까지 홈런포를 뿜어냈다. 팀 전체가 완전히 살아난 모습이었다.
▲'마음의 짐' 덜자 담이 커졌다무엇보다 심리적인 요인이 크다. 1차전 부족한 실전 감각, 2차전 홈 전패의 부담감을 털어낸 게 3차전 대승으로 이어졌다.
NC의 1차전 패배는 모처럼의 실전으로 경기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탓이 컸다. 김경문 감독은 "어느 팀이든 정규리그 이후 길게 쉰 뒤 PS를 치를 경우에는 1, 2차전은 감각이 무뎌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차전은 1차전 0-7 완패의 부담감이 지배했다. 창원 마산 홈 팬들에게 가을야구 패배만을 안길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지난해 NC는 정규리그 3위로 준PO에 나섰지만 4위 LG에 홈 1, 2차전을 내줬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홈 1차전을 패한 것이다. 만약 2차전까지 진다면 홈 전패로 가을야구를 접을 위기였다.
'이겼다' NC 지석훈이 19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8회 동점 적시타에 이어 역전 결승 득점을 올린 뒤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자료사진=NC)
하지만 2차전을 극적인 역전승으로 마치면서 비로소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NC는 0-1로 뒤진 8회 지석훈의 동점타와 상대 폭투로 승부를 뒤집었다. 여기에는 강공과 스퀴즈 번트 등 김 감독의 빛나는 작전이 있었다. 이게 적중하면서 승리로 이어졌고, 선수들이 부담감을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됐다.
3차전 대승 뒤 손시헌은 "1차전 지고 나서 2차전에 임하는 자세가 너무 무거웠다"면서 "큰 경기인데 홈 팬들 앞에서 망신스러운 경기만 보이고 끝날까 걱정했다"고 마음고생을 털어놨다. 이어 "2차전을 어렵게 이기고 나서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안도감을 가졌다"면서 "그래서 3차전도 꼭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대등하게 해보고 결과는 하늘에서 내려준다 생각했는데 의외로 쉽게 풀렸다"고 말했다.
김 감독 역시 "선수들이 1, 2차전을 치르면서 심리적으로 편하게 한 것 같다"고 승인을 짚었다. 앞서 경기 전 김 감독은 "너무 이기려고 해도 결과가 좋지 않더라"면서 "일단 결정을 내리고 최선을 다한 뒤 결과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대승 뒤의 망각, 긴장 속의 여유KBO 리그 1군 무대 3년차에 벌써 숙성할 대로 숙성한 모양새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NC의 가을은 서툴렀다. 부담감 속에 승부처에서 엄청난 실책이 나왔고,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김 감독 역시 지난해 LG와 준PO 때 "경험의 차이를 역시 무시할 수 없더라"고 패인을 곱씹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1번뿐이었지만 여유가 생겼다. 사실 3차전에서도 NC는 2회 2루수 박민우의 송구 실책으로 역전 점수를 내줬다. 지난해 같으면 자멸할 수 있던 상황. 그러나 NC는 3회 공격에서 곧바로 4점을 뽑아 만회했다.
선봉에 선 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한 박민우였다. 실책을 범한 이닝 뒤 선두 타자로 나온 박민우는 안타를 뽑아내며 대량 득점의 물꼬를 텄다. 이날 박민우는 3안타 2타점 2득점으로 수비 실수를 차고 넘치게 만회했다.
'잘 치면 되잖아요' NC 박민우가 21일 두산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득점한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모습.(잠실=NC)
김 감독도 박민우에 대해 "실책을 범하면 주눅들고 못 칠 수 있는데 잘 쳐줬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가을야구 선전을 펼치고 있는 전체 선수단에 대해서 "지난해보다 성숙해진 것 같아서 감독으로서 기쁘다"고 미소를 지었다.
2013년 1군 무대에 데뷔해 이듬해 곧바로 창단 첫 가을야구에 나섰던 NC. 지난해 짧았던 PS의 경험은 올해 공룡들을 더 크게 키워낸 자양분이었다. 1군 3년차에 숙성할 대로 숙성한 NC는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자신감을 찾았지만 자만하지도 않는다. 김 감독은 1차전 완봉승을 거둔 두산 니퍼트가 4차전에 나오는 것에 대해 "1차전과 지금 타자들의 컨디션이 다르다. 잘 해줄 것이라 믿는다"고 신뢰를 보냈다. 이어 "대승이건 1점 차 승리건 같은 1승"이라면서 "너무 크게 이긴 것은 빨리 잊고 4차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시헌 역시 "1차전으로 선수들이 정신을 바짝 차렸다고 생각한다"면서 "1차전처럼 하면 안 될 것이고, 선수들이 3차전을 통해서 감이 많이 올라온 것 같은데 대등하게 붙어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도 "꼭 이기겠다는 마음보다 50 대 50으로 붙어보겠다는 마음으로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기 공룡 NC가 KBO 리그를 위협할 거대 공룡으로 다 컸다. 덩치보다 그 마음이 더 실하게 자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