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송곳' 스틸컷(사진=JTBC 제공)
"비겁하고 무력해 보이는 껍데기를 자꾸 흔들고 압박하면 분명히 하나쯤은 뚫고 나온다… 그런 송곳 같은 인간이." - 드라마 '송곳'의 대사 중에서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노동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JTBC 드라마 '송곳'에서 노동조합과 사측의 치열한 싸움이 본격화했다.
지난 1일 방송된 송곳 4회에서는 부진노동상담소 소장 구고신(안내상)이 갑작스런 해고 위기에 처한, 외국계 대형마트인 푸르미마트 직원들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로 나서는 과정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회사의 부당한 대우에 강하게 저항하며 마트 한가운데서 시위를 벌이는 푸르미마트 직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특히 푸르미마트 직원 황준철(예성)은 허과장(조재룡)의 계략 탓에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위기에 처했다. 이를 알게 된 직원들은 회사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하는데, 구고신은 직원들을 도와 이들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도록 조언과 충고를 한다.
회사와의 싸움에 직원 대표 격으로 나선 푸르미마트 야채청과 과장 이수인(지현우)은 황준철의 결백을 100% 믿지 못하고 의심을 못 거둔다. 구고신은 이러한 이수인에게 "악한 강자로부터 선한 약자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시시한 약자를 위해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거란 말이요"라는 인상적인 일침을 가한다.
◇ 권력에 무비판적인 '체제순응자' '체제수호자'를 그리다
드라마 '송곳' 스틸컷(사진=JTBC 제공)
우연인지, 필연인지 드라마 송곳은 극의 전개를 통해 '꼰대'의 의미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하고 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꼰대'의 뜻을 찾아보면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 '학생들의 은어로 선생님을 이르는 말'이라고 나온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꼰대라는 표현은 은어(어떤 계층이나 부류의 사람들이 자기네 구성원들끼리만 빈번하게 사용하는 말)로만 치부하기에는 꽤나 특별한 사회적 의미를 지니게 된 모습이다.
권력이 추구하는 목표(그것이 옳든 그르든)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는 사람을 흔히 꼰대라고 부르는 까닭이다. 그들은 대개 체제순응자, 보다 적극적인 유형으로는 체제수호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꼰대의 이러한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드라마 송곳 1, 2회다.
#1. 푸르미마트 야채청과 파트 과장 이수인은 고교 시절(1980년대) 담임교사로부터 수시로 매타작을 당했다. 그 잔인한 폭력은 수인의 어머니가 담임교사를 찾아간 뒤에야 멈췄다.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어머니가 어렵게 마련한 돈을 담임교사에게 촌지로 줬기 때문이었다.
#2. 출세를 위해 육군사관학교(대통령부터 당대 군 출신 권력자가 참 많았다)에 들어간 수인은 선거를 앞두고 상관으로부터 특정 후보에게 투표하라는 지시를 받는다. 수인은 동기회 자리에서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발언을 한 뒤 퇴교 위기에 놓인다. 이후 훈육관은 "용기만 있고 공포를 모르는 군인은 엉뚱한 전투에서 죽는다"는 말로 수인을 위로한다. 수인은 그 훈육관을 가장 교활한 형태의 체제수호자로 기억하고 있다.
#3. 군을 나와 푸르미마트에 입사한 뒤 관리자인 과장 자리에 오른 현재의 수인은 어느 날 부장 정민철(김희원)로부터 "직원들을 내보내라"는 회사의 지침을 전해 듣는다. 그 자리에서 "못하겠다"고 답한 뒤로 수인은 사내 왕따로 전락한다. 급기야 외국인 점장 가스통은 팀원들 앞에서 수인을 두고 "과장 탓에 여러분은 내 밑에서 고통받을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팀 내 위화감을 조성한다. 이에 수인은 사측의 부당한 태도에 맞서기로 결심한다.
◇ 현대사 변곡점에서 맞닥뜨려 온 억압의 경험…상식적 선택에 영향
드라마 송곳은 주인공 이수인이 푸르미마트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 한국 사회를 사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고발한다.
그 과정에서 수시로 끼어드는 수인의 회상은 이러한 현실이 단기간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증언한다.
결국 현대사라는 굴곡을 타넘는 과정에서 땀과 피를 뒤집어쓴 국민들의 억압에 대한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