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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종상 집행위원장 "배우들 보이콧 아냐…대리수상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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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종상 집행위원장 "배우들 보이콧 아냐…대리수상 가능"

     

    권위는 땅에 떨어지고, 이제 수습만이 남았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이하 대종상)가 개최 당일 혼란에 빠졌다. 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주요 배우들이 대거 불참 선언을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20일 열리는 대종상은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은 존재가 됐다.

    남우주연상 후보인 배우 황정민(국제시장), 하정우(암살), 손현주(악의 연대기), 유아인(베테랑·사도) 등은 각기 스케줄을 이유로 불참 의사를 표했다.

    여우주연상 후보들도 예외는 아니다. 배우 김윤진(국제시장), 전지현(암살), 김혜수(차이나타운), 엄정화(미쓰 와이프), 한효주(뷰티 인사이드) 등도 모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때문에 참석이 힘든 전지현을 빼면 다른 이들도 모두 스케줄을 이유로 들었다.

    이밖에 인기상 수상자인 배우 김수현과 공효진, 신인상 후보로 오른 여진구와 AOA 설현, 남우조연상 후보인 오달수 등이 불참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인기상은 100% 네티즌들의 투표로 사전에 수상자가 선정됨에도 불구하고 불참을 선언한 상황이다.

    설상가상, 배우 김혜자 측은 대종상 측의 이해하기 어려운 수상 번복으로 참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종상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1996년 영화 '애니깽' 금품로비설로 시작해 참석 불가능한 배우의 후보 제외, 인기작 상 몰아주기 등으로 끊임없이 구설수에 올라 공정성이 훼손되고 권위가 추락했다.

    특히 이번 52회 대종상은 "대리 수상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참석이 불가능하면 상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집행위원회 측의 발언에 시작도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최하원 집행위원장이 "'오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될 수 있으면 꼭 참석을 해 달라는 이야기"라고 해명했지만 이 발언이 기폭제가 돼, 오랫동안 쌓여 온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다. '대충상'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가졌던 대종상에 '참가상'이라는 별명까지 더해졌다.

    대종상 측은 유례없는 불참 사태의 원인을 내부 문제로 바라보는 분위기는 아니다.

    최하원 집행위원장은 "사정이 있는 사람들이 나오지 못하는 거다. 수상자가 나오지 못하면 대리라도 수상할 것이다. 부득이한 사정이라면 대종상이 아닌 다른 행사라도 나오지 못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보이콧은 아니다. 악의적인 뜬 소문이 인터넷에 많이 도는데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대종상 관계자는 "대종상이 마치 배우에게만 상을 주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데 영화인들이 정한 축제의 날이다. 배우가 오지 못하면 제작사가 있고 감독이 있고 촬영 감독이 있다"고 밝혔다. 배우들 참석 없이도 의미있는 축제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요 배우들의 불참 이유는 자존심 문제라고 봤다.

    이 관계자는 "올해 영화계에 큰 배우들이 나오는 천만 영화가 많았다. 어디서 이야기가 나왔는지 관계자들 사이에서 '국제시장'이 다 상을 휩쓸 것이라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게 상을 몰아주면 나오지 않겠다고 하는, 그들 간의 자존심 싸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들이)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스태프들이나 감독을 위한 자리라고 하면 나와서 박수를 쳐 줘야 된다고 본다. 수상 여부도 알지 못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는 건, 어떤 음해 세력이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고 토로했다.

    참가상, 공동수상 등 그간 불거진 공정성 문제를 묻자 집행위원회 측에서는 수상자 명단에 관여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심사위원들이 결정한 수상자 명단은 은행에 보관하고 영화제 당일 은행에서 명단을 찾아 시상식에 간다. 영화계 쪽 심사위원뿐 아니라 다른 전문가인 심사위원들이 모든 결과를 알고 있는데 이것을 만약 집행위원회 측에서 바꿔치기한다면 엄청난 문제가 될 것이다. 참가상, 공동수상 등의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관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대종상은 반세기 넘게 영화인들의 가장 오래된 축제로 군림해왔다. 그 권위는 서서히 떨어졌을지언정, 이 같은 대거 불참 사태가 발생할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았다.

    다른 시상식들을 생각해보면 충분히 이런 상황들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구에게나 상을 받는 것은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래서 연예계 시상식의 유력한 수상 후보자들은 바쁜 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참석해 자리를 빛내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것은 가요든 영화든 방송이든 분야를 막론하고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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