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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득점에 팬心까지 훔치는 코트의 '도둑들'

    안양 KGC인삼공사의 실책 유발 능력은 굉장하다. 양희종(사진 왼쪽)과 찰스 로드가 LG 트로이 길렌워터를 강하게 압박하는 장면 (사진 제공/KBL)

     

    농구 코트에 도둑들이 있다.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다가와 공을 가져간다. 누군가 공을 가로채 달리기 시작하면 그 뒤에 4명이 쏜살같이 따라간다. 쉬운 득점까지 훔치겠다는 맹렬한 기세에 팬들도 열광한다.

    때로는 수비도 공격적일 수 있다. 김승기 감독대행이 이끄는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의 2015-2016시즌 팀 컬러다.

    KGC는 올 시즌 평균 9.0개의 스틸을 기록하고 있다. 압도적인 리그 1위다(2위는 울산 모비스로 7.54개).

    2000년대 들어 올 시즌을 제외하고 한 시즌 평균 팀 스틸이 9.0개 이상이었던 팀은 03-04시즌 안양 SBS(9.02개)와 이상범 전 감독의 압박농구가 빛을 발했던 11-12시즌 안양 KGC인삼공사(9.20개) 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모두 안양 프렌차이즈 구단이다.

    KGC인삼공사의 농구를 보면 '함정수비(trap defense)'가 많다. 베이스라인과 중앙선 앞 코너 혹은 골밑 지역에서 순간적으로 2명의 선수가 달려들어 상대 드리블러를 압박해 실수를 유발한다.

    양희종은 "감독님께서 연습할 때부터 공격적인 수비를 원하신다. 함정수비로 스틸을 노리는 수비 연습을 많이 했다. 함정을 많이 만들어놓는다. 선수들이 처음에는 어려워했는데 하다 보니 재미가 들렸다. 농구가 빼앗고 블락하고, 남의 것을 훔치는 게 재밌다"며 웃었다.

    수비 도중 공을 가로채기 위한 모험을 하다보면 구멍이 생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상대의 패스를 가로채려다가 실패하면 오픈 슛 기회를 허용하기 일쑤다. 로테이션 수비를 통해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데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KGC인삼공사는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

    양희종은 "감독님께서 늘 괜찮다고 얘기한다. 충분히 수비 로테이션 연습이 돼 있다. 또 감독님께서 그런 수비 때문에 슛을 내주는 경우가 한 경기에 많아야 2-3번이고 그거 때문에 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고 말했다.

    KGC인삼공사는 강력한 수비, 특히 스틸 덕분에 쉬운 득점을 많이 올린다. 상대가 3점슛 라인 바깥에서 실책을 할 경우 속공으로 연결하기가 용이하다.

    KGC인삼공사는 올 시즌 평균 14.6개의 실책을 유발하고 있다. 리그 1위의 기록이다. 2위는 원주 동부로 11.0개. 차이가 제법 크다.

    가장 최근에 팀 평균 14.0개 이상의 실책 유발을 기록한 팀은 11-12시즌 KGC인삼공사다. 프로농구 원년부터 지난 시즌까지 경기당 14개 이상의 실책을 유도해낸 팀은 다섯 개 팀 밖에 되지 않는다.

    호쾌한 덩크를 성공시킨 안양 KGC인삼공사의 찰스 로드 (사진 제공/KBL)

     


    상대 실책은 곧 속공 기회를 뜻한다. 그래서 속공도 많다. KGC인삼공사는 경기당 5.87개의 속공을 성공시켰다. 2위 모비스(4.17개)와의 차이 역시 제법 크다. 속공은 농구에서 자유투 다음으로 득점 확률이 높은 공격 방법이다.

    양희종은 "공을 가로채는 수비가 나오고 달리면서 속공도 하고, 특히 찰스 로드와 마리오 리틀이 화려한 슛으로 연결하다 보니까 분위기가 살아난다. 함께 달리는 선수들이 많고 속공 가담 능력이 좋은 선수들이 많다. 로드와 마리오는 워낙 뛰는 농구를 좋아한다. 수비수가 몇명이든 일단 달린다. 신나게 농구를 한다"고 말했다.

    스틸과 속공에서 이어지는 화려한 득점은 홈 팬들에게 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다. KGC인삼공사의 홈 경기 스틸 기록(평균 10.1개)은 원정 기록(8.2개)보다 높고 홈 경기 팀 속공(6.1개) 역시 원정 기록(5.7개)보다 낫다.

    올 시즌 KGC인삼공사 홈 경기의 열기가 어느 구장보다 뜨거운 이유다. 팀이 개막 홈 10연승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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