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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태극기를 어쩌라는거냐?'…불편한 태극기 퉁치기

기자수첩

    [뒤끝작렬]'태극기를 어쩌라는거냐?'…불편한 태극기 퉁치기

    보훈처 vs 서울시, 태극기 게양대 두고 민망한 신경전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 얘기를 가감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대한민국의 상징 태극기가 갈 곳을 잃었다. 서울시와 국가보훈처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태극기 게양할 곳을 두고 퉁치기를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훈처와 서울시는 지난 6월 광복 70주년 상징으로 광화문광장 남쪽에 48m 높이의 대형 태극기를 설치하기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문제는 MOU에 설치시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는데 있다. 특히 '상설' 설치 문제는 언급도 되지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달 23일 광화문광장에 대형 태극기 상설 게양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훈처에 통보했다.

    MOU 체결 이후 시 조형물심위원회와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에서 반대 의견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위원회측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한시적으로 게양하는 것은 좋지만 영구적으로 두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근처 경복궁과 광화문 등 주변 경관과 어울리지 않고 시대적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게 이유다.

    또, 게양대 아래 물이 뿜어져나오는 수막을 스크린으로 이용하는 워터스크린 설치도 장애 요소로 지적됐다. 워터스크린은 겨울철에 가동이 불가능해 경관을 해치고 눈부심을 유발해 차량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광복 70주년인 올 연말까지만 광화문광장에 설치하자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청사나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 영구 설치하자는 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국가보훈처는 상설설치를 고수했다. 대형 태극기가 광복 70주년의 상징이고 국민여론의 87%가 광화문광장 태극기를 지지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훈처측은 그러면서 "MOU에 명시돼있지 않지만 암묵적으로 영구설치를 전제로 추진된 것"이라며 서울시가 약속을 깼다고 비난했다.

    그런데, MOU만 놓고보면 보훈처의 이런 주장은 억지다. 오히려 보훈처 스스로 허술한 업무협약을 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중대한 사업을 추진하면서 MOU에 설치시기도, 상설설치 여부도 명시하지 않은 보훈처의 허술한 업무처리는 질책받아 마땅하다.

    얼렁뚱땅 업무협약을 맺어놓고 뒤늦게 서울시에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만 하고 있는 셈이다.

    국가보훈처는 15일 브리핑을 열고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내는 등 모든 방안을 강구해 광화문광장에 태극기게양을 관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무작정 국민여론만 내세우며 전후 사정도 고려하지 않은 채 명분만 고집하는 것은 올바른 중앙 정부부처로서의 자세가 아니다.

    무작정 애국심에 기대어 태극기를 고집한다면 대한민국 어디에나 태극기를 걸 수가 있다. 그러나 정부행정이라는 것은 애국심이나 감정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머리를 맞댄다면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대한민국의 상징인 태극기 하나 설치할 곳이 없을 리 없다.

    서울시도 무작정 MOU 핑계만 댈 것이 아니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면 태극기 크기를 약간 줄일 수도 있고 워터스크린 설치도 재검토하면 될 일이다.

    일단, 2017년까지 시민열린마당에 설치하는 방안을 받아들인 뒤 보훈처와 추후 협의할 수도 있는 사안이다.

    보훈처 역시 혹시라도 청와대와 보수층, 국수주의 감정을 믿고 어거지로 광화문광장만 고집하는 것이라면 지방분권 정신을 크게 훼손하는 일이다.

    새누리당 김용남 대변인은 16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국가관까지 언급하며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 허용을 촉구했다.

    정부가 광화문광장 태극기 게양문제를 서울시의 청년수당이나 서울역고가공원 조성사업, 강남구청과의 댓글논란 등 서울시와의 일련의 기싸움 연장선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절대로 해답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광복 70주년 해가 보름 밖에 남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태극기를 놓고 입씨름만 거듭하는 모습은 모든 국민을 화나게 하는 일이다.

    도대체 태극기를 어쩌라는 말인가? 태극기가 퉁치기나 할 대상이란 말인가. 제발 좁다란 정치논리 우물에서 벗어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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