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 스틸컷.
이병헌의, 이병헌에 의한, 이병헌을 위한. 영화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이렇다.
우민호 감독이 개봉 당시 넣지 못한 이야기를 50분 가량 더한 이 '확장판 영화'에서는 그야말로 배우 이병헌이 맡은 안상구 캐릭터에 대한 감독의 애정을 십분 느낄 수 있다.
일단 '내부자들'에서 미처 알려지지 않은 안상구의 과거 이야기가 자세하게 풀어져 있어 해당 캐릭터에는 몰입감을 더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세 주인공 중, 유독 안상구에게 더 정이 가고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관객들은 영화를 통해 비자금 파일을 건네줄 정도로 돈독한 안상구와 이강희의 관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됐고, 안상구가 이강희를 끝까지 믿었던 이유가 무엇인지 속속들이 알게 된다. 팔이 잘린 뒤, 안상구가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 행적까지도 짧게 나마 보여준다. 뿐만 아니다. 엔터테인트먼트 업계를 주름잡았던 안상구의 화려한 과거 속에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기도 한다.
세대별 안상구를 연기하는 이병헌의 연기는 단연 볼거리다. 이병헌은 성공을 열망하는 풋내기 시절부터 이강희와 함께하며 힘을 쌓아 온 투박한 모습까지 다양하게 얼굴을 바꿔 나간다.
그러나 너무나 친절한 설명은 영화적 긴장감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일부 캐릭터들이 생생하게 살지 못했더라도, 우민호 감독이 '내부자들'을 추리고 추려 2시간 10분 러닝타임으로 개봉한 선택은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
'내부자들'이 정치 깡패 안상구, 언론 권력 이강희(백윤식 분), 무족보 검사 우장훈(조승우 분)의 3각 관계를 팽팽하고도 균형있게 유지하고 있었다면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에서는 그것이 다소 무너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영화의 현재 시점까지 연결하면 마치 '안상구의 일대기'처럼 느껴지는 것.
안상구보다는 오히려 이강희를 비롯한 '조국일보' 캐릭터들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롭다.
'내부자들'에서는 이강희만이 대표적으로 타락한 언론 권력을 상징한다. 그가 몸 담고 있는 '조국일보' 역시 비슷한 속성의 언론임을 짐작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그런데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은 이강희와 '조국일보' 캐릭터들 모두를 통해 언론 권력의 부패 현실을 내밀하게 파헤친다.
이강희를 비롯한 '조국일보'의 국장과 각 데스크들의 회의 장면은 정치와 결탁한 언론이 어떤 식으로 망가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이들에게 '진실'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들을 먹여 살리는 광고주와 자신들이 찍은 차기 대통령감을 위해 판을 짜는 것만이 전부다.
배우 김대명이 연기하는 고기자 역은 평범한 기자들도 이 같은 고리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드러낸다. 부패한 권력의 핵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을 위해 권력과 결탁하고, 그 대가를 받아 챙겨가기 때문이다.
달라진 오프닝과 엔딩은 우장훈 감독의 지향점을 더욱 명확히,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비자금 파일 폭로 기자회견에서 시작되는 원래 오프닝과 달리, 이번에 안상구는 기자회견 전 인터뷰 도중 로만 폴만스키 감독의 영화 '차이나타운'을 언급한다.
'내부자들'에서 '영화'가 갖는 의미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감독은 오프닝을 시작으로 안상구가 벌이는 복수극과 이강희가 벌이는 정치극을 끊임없이 '영화'에 비유한다. 이들이 중심이 된 비현실적인 '영화'는 모두 '현실'과 맞닿아 있다.
엔딩에서는 푸른 죄수복을 입은 이강희가 개인 사무실에 앉아 누군가와 통화를 한다. 그는 '오른손이 아니면 왼손으로 쓰면 된다. 어차피 대중은 스트레스 때문에 씹을 안주거리가 필요할 뿐'이라며 또 다른 부정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