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丙申年)이 열리면서 대한민국의 중심, 충청이 더 뜨거워지고 있다.오는 4월 13일 실시되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충청의 표심을 잡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총선은 '충청권'이라는 중원에서 교두보를 마련해 내년 대선까지 이어갈 동력을 얻어야 하는 만큼 각 당이 충청권에서 사활을 건 싸움을 벌여야 한다.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대전·세종·충남에서는 지역 현안을 제대로 이끌 일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20대 총선의 중요성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대전CBS는 병신년 새해를 맞아 대전·세종·충남에서 치러질 20대 총선 기획보도를 마련했다.6일은 세 번째 순서로 유례없는 선거구 실종 사태 속 지역 정치권의 표정과 향후 미칠 영향을 진단해봤다. [편집자 주]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경기날짜는 하루하루 다가오는데 경기장은 없고, 경기규칙도 모르는 상황입니다."법적으로 선거구가 없는 헌정 사상 초유의 상황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합의 도출에 거듭 실패하면서 정의화 국회의장이 심사기일로 정한 5일은 이미 넘긴 상태다.
이대로라면 임시국회가 끝나는 오는 8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선거일은 정해져있는데, 선거 준비에 필요한 시간이 시시각각 줄어들면서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 "정치신인들에게 역대 가장 불리한 선거될 것"대전 26명, 세종 6명, 충남 31명에 달하는 예비후보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늘 불리했지만, '역대 가장 불리한 선거'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적지 않다.
선거구 무효 사태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정치신인에게 더욱 불리해지기 때문.
대전 유성구에 출마한 한 예비후보자는 "선거구 획정 지연으로 예비후보자 선거운동에 제약이 따르면서 가뜩이나 절대적으로 유리한 현역들이 더 유리하게 됐다"며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 현역 국회의원의 욕심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했다"고 성토했다.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진 또 다른 예비후보자는 "예비후보자 제도가 정치신인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유일한 기회로서 마련된 것인데, 그마저도 무용지물이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새해부터 신규 예비후보자 등록은 중단된 상태다. 기존 예비후보자 등록은 무효 처리되지 않았지만 홍보물 발송과 후원회 등록, 선거사무관계자 신고 등에는 발이 묶였다.
선거관리위원회도 일단 임시국회 마지막 날까지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을 잠정 보장하고 있지만, 앞으로가 고민이다.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는 "8일까지 선거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중앙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해 예비후보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총선을 앞두고 선관위 차원에서도 준비해야 될 것이 많지만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역 국회의원들은 느긋한 모습이다.
인지도에서 앞서는데다 선거구민에 대한 의정보고와 후원회 등록 등에도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인데, 선거구 획정 지연과 맞물려 국회를 향한 비난이 더욱 거센 이유이기도 하다.
◇ 공천 룰도, 후보자 검증도 줄줄이 '스톱'선거의 첫 단추부터 꿰지 못하면서 다음 일정들도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후보를 결정짓는 기준인 공천 룰이 당장 문제로 지목된다.
새누리당은 친박계와 비박계 간 내홍이, 더불어민주당은 안철수 의원의 탈당 등 분당 사태로 공천 룰은 고사하고 선거구 획정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다.
지역의 경우 대전 유성과 충남 천안 등 분구가 유력시되는 선거구를 놓고 출마자들 간 신경전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새누리당 소속 대전 유성구 예비후보자들은 현역 의원인 민병주 유성 당협위원장의 출마지를 놓고 기자회견을 갖는 등 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을 수습할 공천 룰이 마련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후보 결정이 늦어지는 만큼 유권자들이 정보를 접하고 검증할 기회는 사라지게 된다.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후보들의 정책 개발 대신, 조금이라도 눈에 띄기 위한 흑색선전과 상호비방전이 일찌감치 자리를 차지하는 모양새다.
지역정가의 한 관계자는 "이대로 가다가는 정상적인 총선을 치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선거구가 가까스로 획정되더라도 후유증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