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가 보장한 거액 대신 미국 시애틀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택한 국가대표 4번 타자 이대호.(자료사진=황진환 기자)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34)가 안정된 삶 대신 험난한 도전을 택했다. 메이저리그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이너리그를 마다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4일(한국 시각) "이대호가 시애틀과 1년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빅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한다"고 전했다. 구체적 계약 조건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인센티브를 채우면 400만 달러(약 48억7000만 원)를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이대호가 쌓아온 경력을 감안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조건이다. 앞선 소속팀 일본 소프트뱅크는 이대호에게 3년 18억 엔(약 183억 원)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못 미치는 몸값인 데다 빅리그가 보장되지 않은 마이너리그 계약이다.
제리 디포토 시애틀 단장은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매우 높은 생산력을 보였다"면서 "어떻게 그 공격력을 선보일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대호는 쉽지 않은 과정을 이겨내야 단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
이대호는 일단 시애틀의 40인 로스터에 포함됐다. 그러나 개막 로스터는 25명이다. 스프링캠프 경쟁을 거쳐야 빅리그를 밟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는 "이대호는 좌타자 1루수 애덤 린드와 플래툰 시스템을 이룰 수 있다"고 전했다. 빅리그 로스터에 든다 해도 주전이 아닌 벤치 멤버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전 1루수를 린드가 보고 상대 투수가 좌완일 경우 이대호가 나서는 시나리오다.
이대호는 2001년 롯데에서 KBO 리그에 데뷔해 2011년까지 1150경기 타율 3할9리, 225홈런, 809타점을 올렸다. 2010년에는 전인미답의 타격 7관왕을 이루며 MVP에도 올랐다. 이후 일본에 진출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4시즌 570경기 타율 2할9푼3리,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지난해 일본시리즈 MVP에 등극했다.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 우승도 이끌었다. 특히 일본과 4강전에서 9회 짜릿한 역전 결승 2타점 적시타를 뽑아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4번 타자 이대호의 활약에 한국은 초대 챔피언에 오를 수 있었다.
야구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에서 한국의 4번 타자로 맹활약한 이대호.(자료사진)
한일을 평정한 이대호는 꿈의 무대 도전을 택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다소 느린 발 때문에 선뜻 메이저리그 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결국 해를 넘겼고, 1월도 넘어선 가운데 2월 초에야 계약이 성사됐다.
마이너리그 계약을 감수한 것은 야구 인생의 마지막 기회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지난 2013시즌 뒤 일본 오릭스와 2년 계약이 끝난 이후 한 차례 미국 진출을 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 소프트뱅크와 계약,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끈 뒤 다시 빅리그의 문을 두드렸다. 거액이 보장된 안정적인 선수 생활의 마무리도 가능했지만 이대호는 어릴 적부터 꿈꿔온 별들의 무대에 서기 위한 도전을 주저없이 선택했다.
이대호는 매니지먼트 회사인 몬티스 스포츠 매니지먼트그룹을 통해 "우선 그동안 응원하고 성원해주신 국내외 야구 관계자와 팬들과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게 배려를 해주신 일본 소프트뱅크 구단과 모든 관계자에게도 감사 말씀을 전하고 싶다"면서 "메이저리그라는 최고 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기회를 얻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스프링캠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쳐서 팀에서의 주전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충분히 그 목표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면서 "수준 높은 경쟁을 통해 팀에 보탬이 되도록 내 능력을 발휘할 생각이다. 기회를 준 시애틀 구단에게 감사하다"고 각오를 다졌다.
안정보다는 꿈을 택한 대한민국의 4번 타자 이대호. 메이저리그 입성을 위한 의지를 안고 이대호는 일단 이대호는 5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