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스마트뉴스팀)
총선을 앞두고 야권의 헤게모니를 선점하기 위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두 야당의 경쟁은 특히 인재영입 부분에서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먼저 불을 붙인 것은 더민주였다. 지난해 12월 27일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그리고 지난달 3일 김병관 웹젠 의장 영입을 시작으로 지난 5일까지 모두 24명의 외부인사 영입에 성공했다.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표창원·김병관·이철희 등 영입파가 전면에 나서면서 내리막길을 걷던 정당지지율도 반등의 기회를 잡기 시작했다.
국민의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달 7일 김경주 일본 도카이 대학 조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정희영 변호사의 영입을 시작으로 같은 기간 동안 모두 34명의 외부인사들을 영입하며 맞불을 놨다. 국민의당은 특히 대부분 호남출신 인재들을 영입하며 인재영입에서도 호남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CBS노컷뉴스 분석 결과 나타났다.
◇ 국민의당 영입인사 절반 이상이 호남출신, 영·호남 밸런스 맞춘 더민주와 비교CBS노컷뉴스가 국민의당 영입인사 34명의 출신지역을 분석한 결과 20명이 호남출신이었다. 영입한 10명중 6명은 호남 사람이었다는 계산이다.
반면 영남출신 인사는 4명에 불과해 호남출신의 1/5에 불과했다. 서울과 충청 지역은 영남보다 더 적은 3명씩에 불과했다. 국민의당 인재영입 전략이 '호남올인' 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당의 이같은 영·호남 불균형 현상은 경쟁관계인 더민주와 비교할 때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더민주는 영입인사 24명 가운데 호남출신이 9명, 영남출신이 1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 균형을 고심한 흔적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국민의당 인재영입이 호남에 편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국민의당 태생적 이유 때문에 예상됐던 부분이기도 하다. 안철수 돌풍의 근원이 호남지역에서의 지지율 상승에 기반을 뒀다는 점, 당내 현역 의원 대다수가 호남을 기반으로 두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인재영입 풀 자체가 호남에 편향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외부 비판세력으로부터 '호남 자민련'이라는 지적을 받으면서도 안철수 대표가 대표 취임 이후 호남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봐야 한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지나친 호남편중 인재영입의 그림자, 좁은 인재풀·현역의원들과의 마찰
(사진=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국민의당의 인재영입 호남올인 전략이 실제로 호남 지역 지지율 상승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꾸준한 인재영입에도 불구하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국민의당 호남지지율이 그 반증이다.
호남출신 영입인사가 많아지면 출마지 선정 등에서 필연적으로 당내 호남 현역의원들과 조율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작용 중 하나다. 윤태곤 더모아 정책분석실장은 "국민의당 내부적으로 영입인사들의 출마지 결정 등에서 현역 호남 의원들과 부딪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많은 호남 인사들이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역의원들과의 경쟁이라는 부담이 양질의 호남 인사들로 하여금 오히려 국민의당 입당을 고민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 영입한 호남인사 수 더민주보다 2배 이상 많지만 중량감은…유능한 인사들의 망설임은 곧바로 영입인사들의 비중과도 연결될 수 있다. 2016년 2월 5일 현재 영입인사 수만 놓고 보자면 더민주 24명, 국민의당 34명이지만 호남인사만 놓고 따지자면 더민주 9명, 국민의당 20명으로 두 배 이상의 격차로 벌어진다.
하지만 영입인사의 면면을 놓고 따지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민주에는 김민영 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전남 목포), 양향자 전 삼성전자 상무(전남 화순), 이수혁 전 6자회담 초대수석대표(전북 김제), 김병관 웹젠 의장(전북 익산) 등 무게감 있는 호남인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국민의당에서는 통일문제 전문가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학교 교수(전북 남원)와 최근 합류한 전윤철 전 감사원장(전남 목포) 정도가 중량감 있는 인물로 주목받을 뿐이다.
◇ 젊고 밸런스 뛰어난 더민주 인재영입 1차전은 우세승지난해 말부터 시작돼 올 설 연휴 직전까지 계속된 양당의 영입경쟁 평가에 대해 대부분 전문가들은 더민주 쪽에 점수를 주고 있다.
영입인사들의 평균 나이를 따져보니 더민주가 46.6세로 국민의당 48.5세보다 더 젊었다. 더민주는 영입인사들의 직종간 밸런스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더민주는 관료출신이거나 전력을 가진 인사들이 8명으로 가장 많은 가운데 경제(4명), 법조(3명), 시민운동(3명), 학계(3명) 등이 골고루 분포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CEO출신인 안철수 대표의 당처럼 경제계 인사가 9명으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또 법조계 인사가 8명이나 차지해 경제·법조계 인사가 절반이나 됐다. 국민의당은 영입인사의 인지도 면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뒤지게 되자 40대의 평범한 시민들을 인재로 영입하며 반전을 꾀하기도 했다. 시설관리원과 환경미화원인 배성춘씨와 임종성씨를 영입이 그것인데 기대만큼의 호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 설연휴 이후 계속될 영입전쟁, 여전히 더민주 우세?
지난 2일 대전 한밭체육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중앙당창당대회에서 공동대표를 맡은 천정배, 안철수 의원이 참석자들을 향해 함께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지금까지 인재영입전에서 더민주가 승리했다면 앞으로는 경쟁이 더 치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국민의당이 지금까지 창당준비위원회 상태에서 뼈대를 갖춘 정식 정당으로 조직을 정비하게 됐다는 점이 큰 변화다. 안철수 대표도 창준위 상태에서는 인재영입위원장을 역임하며 한 발 뒤로 물러나 있었지만 국민의당에서는 상임공동대표로 전면에 나서며 좀더 적극적으로 인재들에게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천정배 공동대표의 경륜이 더해진다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당측 바람이다. 공천과정을 통해 현역 의원들의 거취가 결정되게 되면 영입인재들의 영역이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총선 전까지 두 야당의 치열한 인재 영입전은 더욱 불타오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