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추첨 빡빡이’가 ‘축구 대통령’이 됐다.
다소 비하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국내 축구팬에게 지안니 인판티노 신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조 추첨 빡빡이’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 지난 2009년부터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으로 일하며 UEFA가 주최하는 챔피언스리그 등의 조 추첨에서 ‘얼굴’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스위스 출신의 인판티노 UEFA 사무총장은 27일(한국시각)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FIFA 특별총회에서 차기 회장으로 선출돼 4년간 '축구 대통령'으로 활약하게 됐다. 1차 투표에서 4명의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88표를 얻은 데 이어 2차 투표에서 과반이 넘는 115표로 FIFA의 새 리더로 뽑혔다.
자격 정지로 이번 선거 출마가 무산된 미셸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의 대타로 나서 당선까지 성공한 인판티노 신임회장의 당선은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의 든든한 지지와 함께 셰이크 살만 빈 에브라힘 알 칼리파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지지를 약속했던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 국가의 이탈표가 더해진 결과다.
차기 FIFA 회장이 다시 한 번 유럽 출신 인물로 정해지며, 유럽과 남미가 양분했던 ‘축구 대통령’ 자리는 인판티노 신임 회장의 가세로 더욱 ‘그들만의 세계’가 됐다. 사상 첫 아시아 출신 FIFA 회장에 도전했던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의 패배로 한국 축구에 미칠 직접적인 영향은 어떨까.
셰이크 살만 회장은 회장 선거를 앞두고 “(한국과 일본 등이 속한) 동아시아축구연맹(EAFF)가 나를 지지하기로 했다”면서 아시아권 국가의 표심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공개로 투표가 진행된 만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누구를 뽑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셰이크 살만 AFC 회장의 깜짝 발표로 한국은 인판티노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꼴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FIFA 차기 회장으로 인판티노가 당선되며 얻을 수 있는 혜택은 분명히 있다. 그의 공약대로라면 209개 FIFA 회원국은 매년 500만 달러(약 62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재정적 이익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활동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32개국인 월드컵 출전국도 40개국으로 늘어나며 그동안 단일 국가에서 열렸던 월드컵도 인근 지역의 국가가 함께 치르는 방안도 허용된다. 2002년에 이어 다시 한 번 월드컵을 개최할 가능성도 생겼다. 한국은 지난 2002년 월드컵 당시 일본과 역사상 최초이자 유일한 공동 개최를 경험했다.
구체적으로 현행보다 늘어날 8장의 출전권 배분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8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의 역사를 쓰고 있는 한국 축구의 월드컵 본선 진출 가능성이 더욱 커진 것은 사실이다. 인판티노 신임 FIFA 회장에 앞서 플라티니 전 UEFA 회장은 유럽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2장의 출전권을 더 주고, 남은 2장은 북중미와 남미의 플레이오프, 오세아니아에 각각 배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