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을 비롯한 시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태평로 시의회 본관 앞에서 ‘친일인명사전 4,389명 필사본 제작 범국민운동 돌입’ 기자회견을 갖고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친일인명사전’은 일제강점기에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찬양하고, 일제 식민통치에 협력하는 등 친일행위를 한 한국인들을 정리·분류하여 수록한 책이다. (사진=황진환 기자)
최근 보수세력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친일인명사전' 보급 움직임이 서울에 이어 경기, 전북, 세종시 등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 보수성향의 학부모 단체들은 지난달 18일 서울시 교육청을 상대로 중고등학교에 대한 친일인명사전 배포를 철회하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교육부 역시 '친일인명사전' 배포의 적절성을 따지며 시교육청의 배포작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 교육청은 이같은 반대 속에서도 전체 697개 중고등학교 중 95.8%인 668개 중고교에 대해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친일인명사전 배포 작업을 마무리지었다.
아직 구입하지 않았지만 구입을 검토 중인 학교는 19곳에 이르며, 구입을 거부한 학교는 10곳이다.
경기도 교육청도 지난해 말에 편성한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 2억 5천 만원을 다음달에 855개 중고등 학교에 내려보낼 예정이다.
전북과 세종시도 합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 지역은 서울의 경우에서처럼 시·도의회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다.
전북도의회 양용모 교육위원장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에 협조한 사람들이 애국자로 둔갑해서 역사를 흐리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친일이 뭐고 식민사관이 뭔지를 가르쳐야할 시대적인 요구가 있다"고 밝혔다.
전북도 의회 교육위원회는 전북도 교육청에 친일인명사전 배포 예산 편성을 요구했고, 김승환 전북 교육감은 이에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북지역의 친일인명사전 보급률은 전체 333개교 중 36%인 120개교에 이른다. 고교는 133곳 중에서 56곳(42.1%), 중학교는 200곳 중에서 64곳(32.0%)이다.
세종시 의회 교육위원회 역시 세종시 교육청과 협의해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 속에 친일 잔재 청산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친일인명사전은 학생들에게 잘못된 역사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는 점과 역사적 진실을 올바르게 가르치는데 꼭 필요한 책자라는 판단 때문이다.
2009년 발간된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일제의 한반도 침략을 지지·찬양하거나 독립을 방해하고 수탈·강제동원에 앞장선 것으로 파악한 4,389명의 친일행적을 상세하게 수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