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컵이몽' KCC 추승균(오른쪽부터), 인삼공사 김승기, 모비스 유재학, 오리온 추일승 감독이 6일 4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우승컵에 손을 얹고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사진=KBL)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에 나설 네 팀 감독과 선수들이 다부진 출사표를 던졌다. 코트에서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는 필승의 다짐 속에 교묘한 신경전과 심리전이 챔피언결정전 진출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4강 진출을 확정한 정규리그 1~4위 사령탑과 대표 선수들은 6일 서울 논현동 KBL센터에서 열린 4강 PO 미디어데이에 나섰다. 7일부터 5전3승제 시리즈를 먼저 시작하는 KCC 추승균 감독, 하승진과 KGC인삼공사 김승기 감독, 오세근, 8일부터 뒤를 잇는 모비스 유재학 감독, 양동근과 오리온 추일승 감독, 이승현이다.
일단 심리전의 포문은 김 감독이 열었다. 김 감독은 이날 처음 말문을 열면서 "누가 이기든, 이겼을 때 기분 좋고 이겼을 때 신나서 만끽할 정도로 좋은 경기를 하고 싶다"면서 "져도 승복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에 대해서 팬들이 '둘이 열심히 했다' '명승부였다' 할 수 있을 정도로 제대로 붙어보겠다"고 작심한 듯 쏟아냈다.
삼성과 6강 PO를 염두에 둔 발언이었다. 인삼공사가 3승1패로 승리를 거뒀지만 치열한 접전이었다. 인삼공사의 다부진 수비에 삼성이 고전하면서 시리즈를 내준 양상이었다.
특히 마지막 4차전에서는 인삼공사가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세리머니를 펼치는데 삼성 주장 문태영이 원정팀인 상대 선수들을 밀쳐내면서 두 팀 선수들이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상황도 펼쳐졌다. 이를 두고 농구 팬들 사이에는 논란이 적잖게 일었다.
김 감독의 발언은 일단 삼성과 6강 PO 논란에 대한 유감 표현이다. 그러나 KCC에도 적잖은 압박을 줄 수 있다. 인삼공사의 특기인 압박수비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다시금 드러낸 것이다. KCC 에이스 안드레 에밋을 비롯해 상대를 철저하게 봉쇄하겠다는 각오다.
이날 김 감독은 "6강 PO 때 여러 모로 욕을 먹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터프하게 수비하는 게 맞는 거지 아무렇게나 하는 게 무슨 농구냐"고 반문하면서 "4강전에서는 그런 말 없이 깨끗하게 하고 싶다. 서로 터프하게 열심히 공격이면 공격, 수비면 수비 재미있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후 나올지 모를 거친 수비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효과가 생겼다.
이에 대해 추승균 감독은 정규리그 1위답게 여유있게 받아넘겼다. 추 감독은 상대 집중 견제가 예상되는 에밋에 대해 "정규리그 때 더블팀, 트리플팀 수비가 다 들어왔다"면서 "본인도 적응이 된 만큼 믿고 가면서 큰 변화 없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리의 부담을 넘어' KCC 하승진(오른쪽부터), 인삼공사 오세근, 모비스 양동근, 오리온 이승현이 6일 4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필승을 다짐하고 있다.(사진=KBL)
또 다른 4강 PO 매치인 모비스-오리온의 미디어데이는 더욱 치열한 입심 대결이 펼쳐졌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심리전이었다.
포문은 역대 최초 PO 3연패에 이어 4연패에 도전하는 유 감독이 열었다. 유 감독은 "PO는 심리적인 부분을 무시 못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추 감독이 '유 감독이 그만 내려올 때가 됐다'고 했는데 그럴 때가 돼서 부담이 없다"면서 "반면 추 감독은 꼭 (챔프전에) 올라가야 하거든요. 그래서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일견 양보의 뜻인가 싶지만 그게 아니다. 유 감독은 "그러나 사람 하는 일은 모른다고 하지 않느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홀가분하게 나선다면 서두를지 모를 오리온을 넘을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추 감독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추 감독은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언제까지 유 감독인가 식상하지 않느냐. 팬들이 채널을 다 돌린다. 언제까지 양동근이 MVP를 할 것인가"고 맞받아쳤다.
이어 "(이)승현이가 갈아치워서 자신의 시대를 빨리 열고 유 감독도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유 감독이 "그래서 (추 감독이) 반드시 (챔프전에) 올라가라고"라고 끼어들기도 했다. 둘은 왕년 실업 기아 농구단 창단 멤버 동기인 친구다.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이승현은 "그런 말을 들으니 엄청 부담감이 생긴다"면서도 "욕심이 있어서 챔프전에 진출하고 싶다"고 야망을 드러냈다. 이어 '모비스전에서 자신이 부진한 것이 용산고 선배인 양동근에 대한 예우 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그런 생각 안 해봤는데 잘 모르겠지만 뭔가 위축되는 느낌도 있다"고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양동근도 4강 PO에 대해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라며 스승인 유 감독의 선문답성 발언을 차용했다. 이어 "승현이를 윽박지르거나 한 적은 없는데 왜 그런지(부진한지) 모르겠다"고 심리전의 방점을 찍었다. 과연 4강 PO 미디어데이의 치열한 심리전이 실전에서는 어떻게 발현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