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친박계의 '유승민 고사작전'이 마지노선인 22일에 이르렀다. 이날 저녁 열리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의원의 공천 여부가 결정나지 않으면 유 의원은 탈당 외에 20대 총선에 출마할 방법이 없다.
21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유 의원의 공천 여부가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유 의원의 공천 여부를 결정지을 권한을 가진 공천관리위원회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공관위 역시 이날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비례대표 공천을 논의한다는 명목으로 공천 결정을 다시금 미뤘다. 공관위는 현역 의원에 대한 공천 결정을 이미 지난 15일 사실상 마무리했지만 유 의원 공천에 대해서는 계속 임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전날 '유 의원의 자진사퇴를 기다리는 것이냐'는 질문에 "나는 기다리고 있다"면서 "그게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답해 유 의원의 낙천을 기정사실화했다.
최고위가 22일 저녁 다시 회의를 열어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공천 권한을 가진 공관위가 의지가 없는 상황에서 최고위 역시 결론을 내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 선거법상 23일 탈당해야 무소속 출마 가능새누리당이 유 의원의 공천 결정을 계속 미루는 것은 '고사 작전'의 일환이다.
공직선거법 49조에는 '후보자 등록 기간 중 당적을 이탈·변경하거나 둘 이상의 당적을 가지고 있는 때에는 당해 선거에 후보자로 등록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다. 20대 총선 후보자 등록 기간은 24일과 25일 양일간이다.
또, 무소속 출마 희망자는 관할 선거구 선관위에서 검인한 추천장을 받아 선거구 내에 주민등록이 된 300인 이상, 500인 이하의 선거권자에게 추천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22일에도 공천 결정이 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라도 이번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23일 자정까지 새누리당을 탈당해야 한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진=윤창원 기자)
최고위와 공관위를 장악한 친박계는 여론악화로 유 의원을 직접 컷오프(공천배제) 시키는데 부담을 느낀 결과 유 의원에게 자진 탈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유 의원이 버티기에 들어가자 선거법까지 활용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있는 것.
친이명박계로 공천에서 탈락한 임태희 전 의원은 "압력을 가하더라도 정도가 있지 이젠 부끄러움도 모르고 이한구 공관위원장 그리고 위원이라는 사람들도 대놓고 '스스로 나가라'고 하고 있다"면서 "어쩌다가 공당이 이 지경까지 망가졌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 유승민 무소속 출마 수순, '친유연대' 통할까?유 의원은 지난 14일 이후 공식 선거운동을 중단하고 칩거에 들어갔고 현재까지 자신의 공천문제와 관련해서는 일절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탈당 뒤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의원측 관계자는 "마지막까지 당의 결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20대 총선에 출마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경우 조해진·이종훈·유성걸·김희국·권은희 의원 등 컷오프를 당한 유승민계가 자연스럽게 이번 총선에서 연대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조해진·권은희 의원은 이미 탈당 뒤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좋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 가치를 공유하는 분들이 서로 힘이되는 길이 있다면 그런(연대) 논의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밝혔다.
유 의원 역시 이들 의원들에게 "용기있게, 당당하게 (행동)하라", " 가시밭길을 가는 앞날에 하늘이 도와줄 것"이라고 응원하며 연대 가능성을 열어놨다.
아직 거취 결정을 하지 않은 한 유승민계 의원은 "아직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지 않고 있지만 유 의원이 무소속으로 나선다면 그냥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근 실시된 경선에서 진박 후보들이 대거 탈락하는 등 비박계를 향한 소위 '3.15 공천학살'에 대한 반발 심리가 큰 만큼 유승민계의 연대가 어느정도 판세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면, 지난 18대 총선 당시 '친박연대', 혹은 '친박무소속연대' 같은 대선주자급의 확실한 구심점이 없는 상황에서 유승민계의 연대가 큰 폭발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는 전망 역시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 관계자는 "18대 당시에는 '박근혜'라는 간판만 달면 누군지도 따지지 않고 찍어줬다"면서 "이번에는 상황이 다른만큼 유권자들도 연대보다는 각 인물의 면면을 보다 중요시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